[란코프] 개혁 없는 경제발전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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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경제 정책을 보면 흥미로운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기적과 같은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집권계층은 국내 선전에서 빛난 경제개발 성과를 운운하고 있지만 벌써 1980년대초부터 나라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 개혁이 아니라 올바른 기술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가지 경제개발 운동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5-6년전 북한에서는 누구든지 CNC화를 이야기했습니다. 당시에 CNC화를 한다면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할 줄 알았습니다. CNC화뿐만 아니라 북한 지도부가 꿈꾸는 기술 개발이 많았습니다. 염소를 키우는 사업이든 다락밭 건설이든 새 땅 찾기 사업이든 다 이런저런 기술 수단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의 하나였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들 사업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역효과를 가져와 관련 산업을 더욱 황폐화 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다락밭 건설은 90년대 말의 대기근 즉, 고난의 행군을 불러오게 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기적과 같은 기술개발에 대한 희망이 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까요? 새로운 기술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환경과 체제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 인기 있는 군수산업을 보면 대포가 아무리 좋다 해도 병사들에게 싸울 의지가 없고 포탄도 준비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좋은 대포라해도 나무 뭉치와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1970년대 말에 일찍이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중국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말까지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던 중국은 1980년대 초부터 빨리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많이 쓰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중국경제가 아주 좋아지기 시작한 후에서야 여러 가지 기술혁신이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경제성장을 초래한 것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입니다. 농업분야에서 중국은 먼저 포전담당제를 실시하고 1980년대에 개인 농사를 완전히 허락하였습니다. 공업부문에서는 개인 기업을 허락했고 큰 기업소의 경우에 지배인들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었습니다.

결국 농민들이 일하는 만큼 더 돈을 벌 수 있었고 살기 좋게 되었습니다. 몰론 그들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사실상 국가 소유였던 협동농장 땅에서는 적당히 일하는 척 하면서 시간만 때우던 농민들은 자기 땅에서는 열심히 일했고 훨씬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초 중국에서 곡식 생산은 7년 만에 1.5배로 증가하였습니다. 경지면적도 똑같고 기계화 수준도 여전했지만 엄청나게 생산량이 증가했습니다. 공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더 이상 새 기술을 강조하고 새 기술에 매달릴게 아니라 경제구조를 과감하게 바꿔야 합니다. 올바른 경제관리구조가 정착되면 최신 기술은 거의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 지도부는 지금까지도 시대착오적인 경제구조를 고집하면서 기술개발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앞으로도 북한의 경제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