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어용 매체는 1930년대말부터 북한을 '지상락원'처럼 묘사했고, '먹을 걱정도 없고 입을 걱정도 없는 나라'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물론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입니다.
북한은1960년대말까지는 아시아의 다른 국가보다 잘 살았지만, 그 후에 고도의 경제 성장을 경험한 중국이나 남한, 베트남을 따라잡지 못해 아시아에서 제일 못 사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어용 매체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앵무새처럼 '지상락원'에 대한 거짓말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부터 노동신문이 갑자기 북한의 생활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북한이 지금 정치 사상적 측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사적 측면에서도 강국의 지위에 올라섰지만, 인민 생활에는 걸린 것이 적지 않다'고 하면서 '수령님은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아직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2월에도 노동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강냉이 밥을 먹는 인민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한 말을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는 정치 노선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북측의 어용 매체가 북한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 원인을 외국 세력이나 대규모 자연 재해로 돌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의 인민이 아주 어렵게 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를 이 처럼 솔직하게 인정하는 건 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의식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이 '미국 제국주의'나 '백 년만에 발생한 큰물 피해'가 아니라 북한 자체의 제도와 지도부의 잘못이라고 자인하는 꼴입니다. 김정일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나라를 좀 더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말이 노동신문에서 나오면 인민들의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번에 노동신문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언론 기관들은 거짓말을 해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보도는 북한이라는 독재 국가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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