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IHO총회의 ‘동해’와 ‘일본해’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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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모나코에서 5년 만에 개막된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는 한국의 ‘동해’(East Sea)와 일본의 '일본해‘(Sea of Japan) 표기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한창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 바다를 두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 자신의 지명 표기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 표기문제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21년 모나코에서 신설된 국제수로기구는 세계가 지도 제작 지침서로 사용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정하고 있다. 회원국은 모두 78개국으로 남한. 북한도 회원국이다. 이 지침서가 1929년 1판부터 1953년 3판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왔기 때문에 각국의 지도도 이를 따라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IHO는 한국이 ‘일본해’ 표기의 문제점을 강력히 제기하자, IHO는 이번에 제작할 ‘해양과 바다의 경계’ 4판에서 ‘일본해’ 표기를 삭제하고 빈칸으로 두는 방안을 회원국 투표에 부쳤다. 그러나 한 달 후 아무런 설명 없이 투표를 중단시켰다. 당시 일본 정부는 투표를 막기 위해 전 내각 차원에서 외교 총력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IHO에 상당한 몫의 회비(보유 선박 톤수에 따름)를 내고 있는 일본은 당시 투표를 실시할 경우, IHO를 탈퇴 하겠다며 거의 ‘위협’ 수준에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 쟁점이 되어 있는 ‘동해’ 표기 문제에 어떤 결론이 나올지 남·북한 모두 비상한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회에서 종전대로의 ‘일본해’ 표기 유지를 결정하게 되면 한국은 이를 바로 잡을 기회를 또 놓치고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의 입장은 지리적 역사적 근거 등을 바탕으로 당연히 ‘동해’ 표기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1974년 IHO의 결의에 따라 해양 지명을 둘러싸고 국가 간 분쟁이 있을 경우, 양자 간 합의를 볼 때 까지 두 이름을 병기하도록 한 권장안을 따르려 하고 있다.

수 세기동안 각국은 지도에서 ‘동해‘와 ‘일본해’로 표기해 왔다. 그런데 일제의 침탈로 일본이 조선의 주권을 강제로 빼앗은 후인 1929년 IHO 회의에서 ‘동해’ 명칭을 ‘일본해’로 바꾸어 ‘동해’ 이름을 한민족으로부터 빼앗아 버린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유럽 등의 고지도에서부터 ‘동해’로 표기된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18세기 일부 서양의 지도에 나타난 ‘일본해’ 표기를 유일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6, 27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대학에서 남한의 민간 학술단체인 동해연구회(회장 이기석 서울대 명예교수) 주최로 열린 ‘제13회 동해지명과 바다명칭에 관한 국제 세미나’에서 중국 러시아 유럽 등 16개국으로부터 참석한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일본의 고지도에서도 ‘일본해’ 보다 수 세기나 앞서 표기된 ‘동해’의 역사적 근거를 들며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본은 IHO 회원국 주재 일본공관을 통해 ‘일본해’ 단독표기 지지 로비를 강력하게 벌이고 있으며 IHO 이사 선출에도 자국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도 민·관이 함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총회가 시작된 현재 IHO의 다수 회원국들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처음부터 북한 식 대로 ‘조선동해‘ 표기를 주장했으나 최근엔 ’동해‘표기에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한민족이 빼앗긴 ‘동해’엔 남·북한이 따로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빼앗긴 ‘동해’ 명칭을 되찾는 일에 북한도 함께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7.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