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북한은 요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주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을 항해하던 중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던 북한 화물선 대홍단호가 미 해군 구축함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되는 이례적 사건이 일어났다. 더욱이 미 해군은 해적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부상당한 북한 선원 3명을 미 구축함 제임스 윌리암스호로 옮겨가 치료해준 뒤 다시 대홍단호로 이송해 주는 호의를 보였다.
그동안, 특히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북한 핵 문제로 인해 숱한 갈등과 충돌 위기까지도 겪어 왔던 것을 보면 뜻밖의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 2002년 미사일을 적재하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을 공해 상에서 나포했다가 풀어준 사건도 있으며 지금도 중동 국가에 미사일 수출 의혹을 갖고 북한의 수출 선박을 추적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미국은 이번 대홍단호의 피랍을 모른 체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해사국의 긴급 구조요청을 받고 국제협약에 따라 인도적 구출작전을 폈든 또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구출이었든 간에 이 예기치 않은 사건이 미국과 북한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은 틀림없다.
미국-북한 관계에서 또 하나의 긍정적 이벤트는 지난 10월 7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주를 순회하며 시범경기를 보임으로써 현지에서 호의적 반응을 받은 일이다. 또 최근 북한 의료진이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첨단 병원시설을 견학하고 연수 기회를 가진데 이어 미국의 민간 의료단체인 Christian Friends of Korea의 의료진들이 이번 주 북한에 들어가 의료 활동과 병원 시설 개선 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의료 시설이 뒤떨어진 북한으로서는 병원 시설 개선이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다.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년도 북한 방문 공연이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뉴욕 필하모닉 단원들 중 일부 반대 의견이 대두되어 평양 공연이 과연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 확실하진 않다. 그러나 서방 문화의 상징인 음악에서 뉴욕 필하모닉의 북한 방문 공연 추진 자체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만약 이 일이 성사된다면 이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 개선의 물고를 튼 지난 1971년 미국 탁구팀의 중국 친선 방문인 이른바 ‘핑퐁 외교’에 못지않은 사건이 될 수 있다.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 폐기를 위한 관계국간의 6자회담도 한때 파국 직전까지도 갔던 이전에 비해 합의된 일정대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요즘의 미국-북한 관계엔 일찍이 보지 못한 훈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 만일 북한 핵 불능화와 폐기가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부시행정부 기간 중 미국-북한 관계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과의 관계에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거나 6자회담의 진행을 가로 막는 엉뚱한 주장이나 예기치 않은 행태를 보이는 경우다.
그 동안 제네바 북한 핵 협상에서부터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수많은 대화와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대화와 협상 상대국들을 당혹하게 만든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이나 갈등과 충돌을 일으킨 행태들을 수 없이 보와 왔다.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일 베이징에서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는 평화협정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북한은 이미 합의된 대로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과 핵무기를 폐기함으로써 국제적 약속을 성실히 지켜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민간 부문의 교류를 점차적으로 넓히고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어느 때보다도 지금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물론 미국 내엔 북한에 대해 불신과 특히 미사일 해외 수출에 대한 강한 의혹을 갖고 관계 개선을 시기 상조로 보고 있는 정치인 학자 등 전문가들도 있지만 북한이 핵 불능화와 폐기 작업에 성실하게 나간다면 이들의 불신과 의혹도 점차 걷히게 될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요즘 불고 있는 훈풍을 삭풍으로 만들지 말고 잘 타고 나가기 바란다. (2007. 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