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모나코에서 개최된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는 한국과 일본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해, 일본해 표기문제에 대해 해역을 획정 짓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4판중 협의되지 않은 동해, 일본해 부분 발간을 일단 미루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2002년 4판 초안대로 기존의 일본해 부분을 빈칸(blank)으로 놓아두는 것이다. 또 이사선출에 출마한 일본인은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으로서는 귀중한 시간을 얻게 된 성과를 얻은 셈이다. 물론 한국의 공세적 동해 표기 주장에 대해 수세적 입장에 있는 일본으로서도 현상을 유지하게 된 셈이다. 사실 이번 모나코 총회는 한국으로선 상당한 고비였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IHO 전 회원국을 상대로 현재대로 일본해 단독표기를 지지해 주도록 정부 차원의 총력외교를 펼쳐 표결에 들어갔을 경우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3년 후 다음번 총회까지 시간을 갖게 된 한국의 과제는 무엇인가. 필자는 해양문제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동해 표기 문제를 함께 제기해 온 한 언론인 시각에서 본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미디어들의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전에 비해 비교적 여러 미디어에서 모나코 국제수로기구 총회와 동해 문제를 다루었다. 그러나 그 양과 깊이는 동해문제의 중요성과 국익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정도다. 물론 대권주자 후보들의 움직임이나 한 대기업 총수의 불법적 행동도 보도가치로선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도록 끊임없이 보도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일이다.
둘째는 국민적 관심이다. 한국의 국가가 “동해물과...”로 시작되고 있지만 동해 표기가 일제 시 국제지도상에서 일본해로 빼앗기고 지금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어느 계기에 알았다고 해도 그 때뿐이며 곧 잊고 ·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동해문제는 외교통상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 국정홍보처 등 여러 부처와 관련되어 있다. 동해가 남·북한의 해양 주권이 다 같이 미치는 만큼 통일부도 관련된다. 그런데 가령 외교 주무부서의 경우 동해 문제는 타 업무에 비해 그다지 비중이 높은 편이 아니다. 영유권 및 표기명칭 전담 대사도 외교부 소속이 아니라, 교육부 소속인 동북아역사재단에 파견 형식으로 나가 있다. 그러니까 정보교환 업무협력 예산 등에서 갖가지 비효율적인 일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말 비엔나 대학 동해문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고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타고 돌아왔다. 우선 기내 잡지에 항로가 표시된 세계 지도를 펼쳐 보니 동해는 버젓이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어 있었다. 루프트한자 항공은 거의가 남한 관광객들이다. 그런데 바로 이 국제 항공 노선을 관할하고 국가 지리 지도문제를 맡고 있는 정부 부처가 건설교통부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붙이자면 우리는 동해 독도문제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 하지 못하면 학계나 민간연구 단체를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몇 안되는 민간 연구단체들이 기금부족으로 연구활동이나 국제학술대회 개최에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수많은 민·관 연구기관에서 풍부한 재정적 뒷받침과 연구진으로 오랜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여건과는 너무도 비교가 된다. 서해 남해도 마찬가지지만 동해는 오랜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한민족의 바다이며 해상교통 안보 해양 자원 등 국가적 이익이 크게 걸려 있는 해역이다. 따라서 남·북한은 세계 지도상에서 일본에 빼앗긴 ‘동해’를 반드시 되찾고 지켜야 한다. (2007. 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