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지난 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선언’이 나온 후 남한에선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시민들 가운덴 ’해주 경제특구 건설‘ 이라든가 내년 봄쯤부터 가능하다는 백두산 직항로 관광, 베이징 올림픽 남북 공동응원단 구성 같은 것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주 등 경제특구 확대나 백두산 공항 시설 확장, 경의선 보수, 철도 도로 개보수 등 물류망 확충에 따른 엄청난 재원을 남한 국민이 선뜻 부담하려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평양 정상회담 후 정부 측은 이 거대사업에 들 비용으로 내년도 예산에 배정된 1조 3천억 원의 남북협력기금과 민간 기업 투자 그리고 외자협력을 들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는 이번 합의된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해주공단 조성에만 2조 1천억 원이 들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선 해주 특구 건설 등 경제협력 사업에 총 30조 5천3백억 원이 들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지금 남·북한 경협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둘러싸고 남한에서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라며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비판과 부정적 시각이 점증하고 있는 마당에 이 엄청난 비용이 드는 새로운 사업에 한국 국민의 동의가 과연 뒤 따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만일 북한이 그동안 한국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다면 얘기는 달랐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핵이다. 한국 국민은 지난 1991년 남북한이 공동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이 북한에 의해 사실상 사문화 됐으며 햇볕정책으로 결실을 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나타난 것을 보아왔다.
즉 남북간의 합의나 약속은 언제라도 깨어질 수 있고 사문화될 수 있다는 것을 수차례나 경험해 온 것이다. 만일 북한이 그동안 남한과 합의하고 약속한 것 들을 잘 지켜 왔다면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태도가 달랐을 것이다. 북한 핵개발과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 동포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남쪽 국민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남북협력 사업에 부담을 하려 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남한에서 실시한 모든 여론조사는 대다수 국민이 평양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 의지가 확인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남·북회담 선언문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9.19 공동선언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한 것이 전부였다. 이 같은 결과는 몇 가지 긍정적 공동 사업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으며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을 더 갖게 만들고 있다.
남한의 유력지 동아일보가 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남·북 정상회담 중 가장 미흡한 것으로 ‘핵폐기 약속을 받지 못한 것’ 이 31.1%로 가장 크고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문제 해결 약속이 없었던 것,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대북 경제협력을 약속한 것, 서해상 공동평화수역을 설정한 것 순으로 지적됐다. 특히 남·북 경협에 대해선 ‘북한의 핵문제 해결 노력을 보아가며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67.5%로 압도적으로 많음을 볼 수 있다.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아무리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 해도 국민의 이해와 동의가 없으면 절대 추진해 나갈 수 없다. 따라서 남·북간 합의된 내용 중 남, 북 쌍방과 통일의 길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선 앞서 남한 내 여론조사에서 보았듯이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 폐기가 없다면 한국 국민의 실망과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2007. 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