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북한의 국제사회를 향한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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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협력의 손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 정태양 미국국 부국장은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통해 친구관계를 맺고 싶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보다 앞서 지난 14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국제마약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약에 관한 단일조약’, ‘향정신약품에 관한 조약’, ‘마약 및 향정신 약품의 부정거래 방지에 관한 국제연합 조약’등 3개 조약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이 마약 관련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베이징 6자회담의 2.13 합의 이후 미국과 영변 핵시설 폐쇄와 미·북 관계개선 문제를 논의하는가 하면 지난 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일행을 평양에 받아들여 영변 핵시설의 폐쇄 봉인 문제 등을 협의했다. 북한은 또 2.13합의에 따른 동북아시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에 참석하고 있으며 마카오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동결 해제와 함께 6차 6자회담도 열릴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북한으로선 발 빠른 행보로 보인다.

만일 북한의 국제관계 개선 희망과 적극적인 행보가 일시적 호도책이 아니고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북한은 그 진실성을 보여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를 환영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받아들여 서로 협력해 나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진실성을 보이자면 무엇보다 먼저 국제사회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그동안 어떻게 해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대한항공 폭파 같은 국제테러를 자행했고 제네바 핵합의를 어기고 은밀히 핵개발을 해왔으며 마약 거래와 타국 위폐 제조 등 국제사회가 손꼽는 불법 행위에 관련되어 왔다. 또 내부적으론 인권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으며 납북자 문제로 일본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부터 회복하자면 먼저 6자회담의 2·13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궁극적으로 핵을 폐기시켜야 한다.

만일 핵 폐기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 다른 핵개발을 은밀히 추진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 기회를 영 잃고 말 것이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조속히 복귀하는 것도 성실성의 일면을 보이는 일이다. 그동안 핵문제로 북한과 협상을 해 온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온건론자들 마저 “북한은 약속 이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상대”라고 말하고 있음을 새겨들어야 한다. 만일 북한이 핵시설 폐쇄로 성실성을 보인다면 전력용 발전기 등 당장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려는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있다.

한편 북한도 국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거래와 위폐 문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필요한 조치다. 특히 세계가 주시하는 인권 문제도 하루 빨리 개선하고 납북자 문제도 관련국들과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모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는 의사표시에 국제사회는 이 말이 진심일까 아닐까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일원이 될 이번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2007.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