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 주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중 7일 한국의 노무현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검증가능하게 핵을 폐기한다면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부시대통령은 이 같은 미국의 평화협정 의사를 10월 초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해 달라고 노무현대통령에게 당부했다.
평화협정은 6.25전쟁 종전을 공식 선언하고 기존의 정전체제를 군사적 대립 청산, 항구적 평화정착 등을 구체화하는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약속을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답은 북한에서 나와야 하고 한국과 주변 관계국들의 한반도 평화 노력 결실 또한 북한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노무현대통령도 부시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조속히 출범시킬 때임을 강조한 만큼 이 같은 한국과 미국의 공통된 뜻이 오는 10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해지면 과연 북한으로부터 어떤 답변이 나올지 크게 주목된다. 만일 기대와는 달리 부정적인 답이 나올 경우, 남·북 관계는 물론 요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과 미국·북한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부시대통령이 노무현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밝힌 북한과의 평화협정 서명 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가진 노무현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번 시드니 발언은 미국의 한반도 평화체제 뜻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며 그만큼 부시행정부의 의지가 강함을 천명하는 것이다.
만일 북한도 진정 한반도 평화 정착에 뜻을 같이 한다면 이처럼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지금 남·북 관계는 개성공단에서의 공동사업 등 경제협력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10월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엔 북한에 대한 인프라 구축 지원, 자원개발 등 협력사업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도 6자회담의 진전과 함께 대화와 협상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8월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회동에서 북한은 연말까지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불능화 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북한으로서 미국에 기대해 마지않는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조치도 가능해 보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본과 북한관계도 진전은 없었으나 오랫동안 중단된 대화가 일단 다시 시작되고 있다. 시드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노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환경은 모처럼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평화 조성 분위기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오직 북한의 핵 폐기 결단을 요청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이 결단을 내리기에 적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2007. 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