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국은 북한을 탈출한 남한의 국군포로 최욱일(67세)씨를 남한으로 보내는 조치를 취했다. 최욱일씨는 무사히 남한에 도착해 31년간 그리던 부인, 아들딸들과 해후하는 기쁨을 가졌다. 중국의 이 같은 송환조치는 중국이 인권과 인도주의를 존중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최욱일씨의 무사 귀국을 바라는 남한 국민들을 안도시켜 주었다.
그런데 중국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 불과 수일 만에 드러났다. 역시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나와 한국정부의 문을 두드리던 남한 국군 포로 가족 9명을 일거에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 버린 것이다. 남한에서 발행되는 <월간조선>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7, 8월 세 명의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중국으로 탈출해 은신처에 머물러 있다가 10월11일 선양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연결됐다.
총영사관 측은 중국과 합의한 절차에 따라 이 사실을 중국 측에 통보한 뒤 이들 9명의 국군포로 가족들을 인근 민박집에 투숙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같은 날 민박집에서 중국 공안에 모두 체포돼 단동으로 이송됐으며, 그 다음 날인 12일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것이 남측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19일 밤엔 북송된 가족들 중 국군포로 부인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북한 보위부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9명의 국군포로 가족들 중 한 명은 탈북 후 한국 총영사관에 보낸 편지에서 국군 포로인 할아버지가 탄광에서 일하다 1996년 사망한 사실과 그동안 역시 탄광 생활을 하던 아버지 어머니와 처참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해 온 사실을 밝히고 “저의 살길은 할아버지의 고향 대한민국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잡히면 7-15년 동안 감옥생활을 해야 합니다.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 공포 속에서 보냅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고 애타게 도움을 간청하고 있었다. 이들의 애끓는 간청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 세 명의 국군포로 중 또 한 명의 국군포로도 이미 북한에서 사망했다고 하며 다른 한 명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귀환했다.
남한의 인권단체들은 북송된 가족들 중 대부분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9명뿐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2004년 역시 국군포로로 탈출해 나온 한만택(74세)씨를 남한 내 가족들의 애끓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강제 북송해 버렸다. 9명의 국군포로 가족들이 강제 북송되었다는 소식에 접한 남한 국민들은 지금 중국의 처사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군 가족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한국 총영사관과 한국 정부가 1차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국군포로 가족 강제 북송 사건이 알려진 18일 남한에선 중국에서 탈북 난민을 돕다 공안에 체포돼 수감됐다가 작년 11월 풀려 난 최영훈씨가 중국 감옥에서 겪은 끔찍한 구타 등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며 가족과 함께 몸을 포승으로 묶고 중국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국이 이번 국군포로 가족 강제 북송 사건 처리과정에서 이들에 대해 합당한 조사를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일 국군포로 가족들이란 것을 알고도 북송했다면 한국 측과의 합의를 어긴 것이다. 이들은 엄연히 한국인인 국군포로의 직계 가족들이다. 중국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탈북자들도 북한으로 송환하는 등 인권과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행태를 계속해 보여 왔다. 이번 9명의 국군포로 가족 북송도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인도주의를 말하면서 필요에 따라 이에 어긋나는 행위를 거침없이 행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중국은 국제 인권단체와 국제사회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2007. 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