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남북장관급회담은 쌀회담

송영대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대북 쌀지원 문제에 대한 견해차이로 인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 1일 끝났습니다. 남북은 이날 3박 4일의 회담을 마무리하며 공동보도문을 내놓았지만 구체적 합의사항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차기 장관급회담 일정도 잡지 못해 사실상 회담이 결렬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남북한은 정식 의제도 아닌 40만t의 쌀 차관 제공문제로 지루한 줄다리기만 벌이다 3박 4일의 일정만 허비한 셈입니다.

남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의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한반도에서 한 단계 높은 평화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지만 실제 회담에선 이 문제를 전혀 논의하지 못했습니다. 또 시급한 현안인 개성공단 통신, 통행, 통관 문제의 개선방안과 5월 17일 시험운행을 실시했던 경의선, 동해선 열차의 단계적 개통에 대한 협상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남한측이 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던 쌀 차관 제공 유보에 북측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북측이 쌀을 내놓지 않으면 그 어떤 문제도 논의하지 않겠다는 강경자세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핵문제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의 안보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문제이지 남북간의 의제가 아니라는 기본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난 셈입니다. 즉 '쌀 회담'으로 회담의 성격이 완전히 변질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번 회담에 3억6,000만원이나 드는 이런 회담을 3개월마다 꼭 해야 되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담을 경제 지원이나 받아내는 통로로 여기는 북한측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그동안 줄 것 다 주면서도 비굴할 만큼 저자세를 보여온 남한측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회담기간 중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15세나 어린 북측 권호웅 내각책임 참사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해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인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 장관은 만찬이 간소해서 미안하고 또 회담을 마감하는 종결회의를 갖게돼서 감사하다는 등 시종 저자세로 나왔고 그것은 결국 북측 대표단의 콧대만 높여줬다는 얘기입니다. 참으로 한심합니다.

남북이 서로 필요해서 여는 회담이라면 동등한 위치에서 성의를 다해야 합니다. 아울러 쌍방은 남북장관급회담에 부여된 기본 임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측이 핵 폐기를 위한 2.13합의 이행 의지를 하루속히 보여야 합니다. 또한 남한 당국은 북한이 어떤 협박을 하더라도 쌀 차관 제공을 2.13합의 이행과 연계시킨다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버릇만 더 나쁘게 만들고 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