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한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이른바 남북관계의 '근본문제'해결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7일, 북남관계에서 제기됐던 '근본문제'가 풀리게 되면 6.15공동선언의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각 분야에 구현하는 속도는 훨씬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체제선전용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것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만든 좋은 선례를 남측 모든 사람들이 따르기 위해선 북측에 대한 낡은 관념과 관습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남한 당국 차원에서 국가보안법 같은 동족대결의 법률과 제도적 장치를 버려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주장하는 '근본문제'란 무엇이며 현재 어느 정도 추진되고 있는가. 근본문제란 남한의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군사훈련 중지,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참관 허용 등 네 가지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번에 근본문제가 해결될 단초가 마련됐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를 봅시다. 공동선언에 의하면 남북이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한다고 돼있는데, 이것은 남한의 국가보안법 폐지와 북한의 노동당규약 개정을 염두에 둔 조항입니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성격상 노동당규약 개정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국가보안법은 남한의 친북좌파들에 의해 폐지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한미군사훈련 중지 문제에 관해서는 남한 당국이 정상회담 직전에 북한의 눈치를 살펴 스스로 축소 시행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종전선언이 발표되는 상황이 올 경우 사실상 군사훈련은 중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북방한계선 재설정 문제에 관해서는 두 정상이 그 길을 터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합의된 대로 북한 선박들이 북방한계선을 정면 돌파하여 해주항을 직선거리로 자유롭게 드나들고 또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따라 북한 선박들이 마음대로 이 수역을 오고가게 되면 북방한계선은 사실상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말한 배경에는 북방한계선 재설정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수산기념궁전 참관 허용문제는 이번에 실현되지 않았으나 이것이 남한 대표단의 아리랑 관람으로 대치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체조 아리랑은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하고 북한의 사회주의체제를 선전하는 매스게임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 대표단에게 김일성 시신을 보여주는 거나, 김일성 부자 우상화 선전극을 보여준 거나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의도대로 끌려갔고 그로 인해 남한 내에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국론분열만 생기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