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중단됐다가 7개월 만에 평양에서 재개된 남북장관급회담이 지난 2일, 6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내고 끝났습니다. 남북한은 이 공동보도문에서 북한에 대한 쌀 차관 제공 논의를 위한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4월 18일에 개최하기로 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5월초 금강산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군사적 보장조치에 따라 올 상반기중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는 쌀, 비료의 대북지원 문제입니다. 남한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서울로 돌아와 처음에는 '북한이 양을 제시해 이런 수준이면 되겠다고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이 식량 40만t, 비료 30만t'이라고 말했다가 잠시후 '이것은 북측이 요구한 양'이라며 정정했습니다.
또 이렇게 쌍방간에 합의된 사항을 공동보도문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장관의 말이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 식량 40만t은 4월에, 비료 30만t은 3월에 북한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한 정부는 그동안 대북 쌀, 비료지원 문제를 북한 핵문제 해결과 연계시켜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13베이징합의는 북한의 핵시설 폐쇄에 이어 핵불능화 조치 그리고 그후 핵폐기 등 단계적 조치를 취하는데 따라 대북 경제지원을 해주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아직 핵시설 폐쇄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식량과 비료를 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또 다른 대북 퍼주기로서 성급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량 40만t, 비료 30만t 지원이 단순한 북한의 요구사항인지 아니면 남북한간 합의사항인지 조차 얼버무리고 있는 것은 남한 국민을 속이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남북한 당국은 그 진상을 숨김없이 민족 앞에 밝혀야 할 것입니다.
둘째 문제점은 이산가족상봉 문제입니다. 쌍방은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3월 27일,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을 5월초에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북측이 중단된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을 허용한 것은 남한으로부터 쌀과 비료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이루어지는 상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까. 잠시 만났다가 다시 헤어짐으로써 이산의 상처를 더 아프게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상봉에 이어 서신교환과 고향방문, 자유왕래 등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셋째 문제점은 경의선, 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상반기내에 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 군부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선행돼야 합니다. 2년전 반대했던 북한 군부가 이제와서 보장해준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