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남북은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7개조 21개항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합의문에 의하면 남북은 전쟁반대 및 불가침 의무를 준수하기로 하고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해상불가침 경계선 문제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또 남북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문산-봉동 경의선 화물열차 개통을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별도 군사회담을 열어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한강 하구 공동이용, 북측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 등 교류협력사업의 군사적 보장조치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또 군사적 신뢰조성 차원에서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 공동발굴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제3차 국방장관회담을 내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핵심 의제인 서해공동어로수역 문제는 설정 위치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른 시일 내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어 계속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남한측은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선을 기선으로 남북 등면적의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제안했으나 북한측은 NLL 이남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해 그곳에 공동어로수역을 마련하자고 맞섰습니다. 남한 정부는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을 통해 온갖 대북경제지원을 약속했으나 북한은 NLL을 남쪽으로 끌어냄으로써 어떻게든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NLL을 남쪽으로 밀어내려는 북한측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당장 장성급회담이 그 무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공동어로수역이라면 NLL 남과 북 양쪽에 같은 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북한이 다른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NLL을 남쪽으로 밀어냄으로써 전략적으로 인천항을 포함한 남한의 수도권 안보를 위협하고 더많은 어장을 확보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회담에서 서해 공동어로 수역문제에 합의를 보지 못함으로써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의 핵심 합의사항인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가 구체적 진전을 보지 못하게 됐습니다. 군사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망상으로 끝난다는 것이 확인된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군사적 신뢰구축 없이 이루어진 남북간 합의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장성급회담을 열고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지만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보지 못한 중요한 사항들을 하위급 회담에서 합의보기란 더 어려울 것입니다. 아울러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이란 것도 이젠 끝낼 때가 됐습니다. 군사적 보장이란 남북 당국이 합의한 사항을 들고 북한 군부에 가서 다시 한번 허락을 받는 제도인데 이것은 북한 군부가 남북한 당국 위에 군림하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