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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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5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군 열병식과 퍼레이드를 벌였습니다. 김일성광장은 10만 군중이 흔들어대는 김일성, 김정일화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특히 이날 거행된 열병식에는 1992년 군 창건 60주년 기념 열병식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미사일부대가 등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현대적인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갖춘 인민군대의 불패위력을 과시하며 로켓 종대들이 광장 주석단 앞을 지나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외부 정보분석가들은 이날 단거리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 등 4종류의 미사일 48기가 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핵실험 강행 직후 강성대국의 여명이 밝았다고 선언했던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대거 동원한 무력시위로서 군사강국임을 대내외에 다시 한번 선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무력시위를 통해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시달리고 사기가 떨어진 북한 주민들에 대한 내부결속을 다질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군 총참모장에 임명된 김격식 대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미제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놈들을 일격에 격멸 소탕하고 민족의 최대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기어이 이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미국에 대한 대내적인 무력시위를 통해 6자회담 등 핵문제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열병식의 또 다른 메시지는 김 위원장에 대한 절대 충성 다짐이었습니다. 김 총참모장은 전군은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할 것이라고 맹세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행사말미에 군중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손을 흔들었으나 별도의 연설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최대 기념일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제쳐놓고 군 창건 기념일에 대규모 열병식과 퍼레이드를 거행한 것은 김 위원장이 체제유지에 자신감을 갖고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다른데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번 행사와 관련 오늘 비록 배를 곯더라도 군대를 강군으로 만들어야 휘황한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거야말로 주민이야 굶어죽건 말건, 북한 지도부의 관심이 오직 군사적 위협을 통한 체제유지에 있음을 거듭 확인해주는 대목이라고 하겠습니다.

무릇 정치의 제1조가 국민의 배를 부르게 하고 등을 따뜻하게 해주는데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군사력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정상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라도 북한 지도부가 주민생활에 관심이 있다면 총대가 아니라 빵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선군(先軍)정치를 선민(先民)정치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