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한의 국가보안법을 올 상반기 내에 철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의하면 북한측은 이번 회담에서 올해 상반기 안으로 쌍방 당국이 민족단합 실현에 저해가 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의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는 남북대화가 시작된 19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주장해온 단골 메뉴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올 상반기까지라는 시한까지 박아서 국가보안법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왜 현시점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시한까지 정해 압박하고 나오는 것일까. 첫째는 노무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찍이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은 이제 칼집에 집어넣어 박물관에 보낼 때가 됐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노 대통령이 아직 청와대 집무실에 남아있을 때 국가보안법 철폐를 밀어붙여 보겠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는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와 연관시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이용하여 이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전략수단으로 삼으려하고 있습니다. 8.15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이전인 6월말까지 국가보안법을 없애라는 신호를 남쪽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셋째는 북한이 6자회담 합의 이행을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도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13베이징합의에 의해 미.북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남북한도 화해·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이 철폐돼야 한다는 논리를 북한은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남한사회내에서 시들해진 국가보안법 철폐논쟁에 불을 다시 집혀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북한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것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하고 연방제 통일을 실현시킴으로써 적화통일을 달성하겠다는 야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남한의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대남전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려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 법의 철폐를 원한다면 그들의 노동당 규약과 형법부터 폐기해야 합니다.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화'는 남한을 적화통일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습니다. 또 북한 형법은 남한을 '반국가단체' 또는 '원쑤의 편'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에 앞서 이와 같은 자기들의 법, 제도부터 없애야 합니다. 이것이 남북한간에 상호주의 원칙에도 부합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