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북적십자회담에서 국군포로, 납북자문제를 다루었으나 아무 소득없이 끝났습니다. 지난 1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남한측은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생사확인 및 상봉을 이산가족 상봉과 별개 차원에서 하자고 북측에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마다 비공식적으로 몇 명씩 포함시켜서 만나게 하는 현행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북측은 남북이 '전쟁시기와 그 이후에 생사를 알 수 없게된 사람'으로 부르기로 했는데 왜 남한 언론들은 계속 국군포로, 납북자라고 하느냐고 억지까지 부렸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일, 남북장관급회담 발표문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국군포로, 납북자문제를 협의·해결하겠다고 남한측에 약속까지 했었습니다. 그래놓고 이번 회담에서 조금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남한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현재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 국군포로는 약 500여명, 그리고 납북자는 48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70세~80세로 세상을 떠날 날도 그리 멀지않은 분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들로 하여금 생전에 가족과 친척 등 혈육을 만나게 해주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을 남북이산가족 상봉시 비공식적으로 몇 사람씩 끼워 넣어 남한의 가족을 만나게 한 다음 다시 헤어지게 만드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이제는 일반 이산가족들과는 별도로 이들 국군포로, 납북자들을 상봉시키고 남한의 가족들 품으로 무조건 송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절절한 염원이고 또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도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들에 대해 국군포로, 납북자라는 말까지 사용치 못하도록 하면서 송환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북한이 며칠 전에는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자랑하면서 방북한 미국 리처드슨 주지사 편에 6.25참전 미군유해 6구를 보내줬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미국에 적용하는 인도주의와 남한에 적용하는 인도주의는 다른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오히려 같은 동포인 남한에 인도주의를 적용하여 국군포로, 납북자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정도가 아닌지 강조하고 싶습니다.
북측이 이런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는 남한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과거엔 북한이 이산가족상봉을 허용하고 남한측은 그 대가로 쌀과 비료를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남한정부가 적십자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30만t의 비료와 40만t의 쌀을 주기로 한 상태에서 회담이 열렸으니 북한은 남한측에 양보할 것이 없는 입장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이 남한정부의 자업자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