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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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문제와 관련,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보유를 시인하는 문제가 향후 6자회담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2002년 10월,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시 고농축우라늄 존재를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은 핵 물질인 우라늄을 정제해 핵무기를 만드는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핵 물질인 플루토늄탄은 있지만 고농축우라늄탄은 없다는 것입니다.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13일 타결된 6자회담에서 '고농축우라늄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이 최근 국회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보유가 사실이라고 밝힌 것도 미국이 갖고 있는 증거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04년, 핵 기술 유출 혐의로 체포된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 칸 박사가 1991년부터 북한에 핵 관련 장비와 설계도, 기술을 넘겨주고 북한 과학자들을 교육시켰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파키스탄 무샤라프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칸 박사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20여개를 북한에 넘겼다고 썼습니다. 북한은 대신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을 넘겼습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북한이 1998년 2개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해 제네바협정을 위반했음을 퇴임한 후에 알게 됐다'고 썼습니다. 또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도 이미 10년전에 영변 핵시설은 필요 없어졌고 북한 정부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사람들의 증언에 비추어 볼 때, 그동안 고농축우라늄 존재를 부인해온 북한이 거짓말을 했음이 드러난 셈입니다. 사실 원심분리기는 여러 곳에 분산 은닉할 수 있기 때문에 탐지가 극히 어렵고, 일단 설치되면 장기간 노출되지 않고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고농축우라늄은 플루토늄과는 달리 지하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이 현장 증거를 잡아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천연우라늄 광산을 갖고 있는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공급받은 기술과 시설을 갖고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고농축우라늄이 빠진 북핵문제 해결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지난 2·13 베이징합의에 의하면 오는 4월 13일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목록을 다른 회담 참가국과 협의하게 돼 있습니다. 이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폐기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6자회담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