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올해 북한 수해로 인한 피해규모가 극심한 이유가 무엇일까. 평양이 왜 물에 잠겼을까. 저는 이와 같은 물음을 스스로 제기하면서 지난날 북한방문 길에 느꼈던 소회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남북회담 대표로서 지난 80년대, 90년대 평양을 가는 도중에 목격한 북한의 산은 대부분 민둥산이었습니다. 북한의 안내인은 원래 이곳에도 나무가 많았지만 수십 년 동안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민둥산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가 오면 순식간에 흘러내려 홍수가 났다가 비가 그치면 가뭄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최근 두만강 하류 근처 북한-중국 국경을 따라 차를 달리면서 강 이쪽과 저쪽에 펼쳐지는 너무 다른 풍경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중국산은 비록 잡목이긴 해도 푸른 나무들이 산을 덮고 있었지만 강 건너편 북한의 산들은 이발기계로 머리카락을 민 듯 나무 몇 그루 없이 맨땅만을 드러내놓고 있었습니다. 산 여기저기에는 여름 장마 때 무너진 계단식 밭들이 보수도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지난 22일 아리랑1호 위성이 촬영한 북한 원산 주변지역 항공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사진은 동해로 흘러드는 용흥강이 하류 지역에서 범람하여 흙탕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지역 산림복구 운동을 펼치는 '겨레의 숲' 관계자는 북한 전체 산림 750만㏊ 가운데 약 20%인 200만㏊가 완전히 황폐화된 민둥산이며 나머지 80%도 금강산 등 명승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울창하지 않은 산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산림 황폐화의 원인은 70년대 다락밭 개간과 90년대 소위 고난의 행군 시절 땔감 마련을 위한 남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요컨대 북한은 경작지를 늘리고자 산을 깎아 헐벗게 만든 것입니다. 북한의 사정상 하천 준설은 엄두도 못 내고 이미 높아진 하상은 더 높아져 앞으로도 북한의 수해는 더욱 자주, 더욱 크게 닥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수해는 천재(天災)라기 보다 인재(人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료용 남벌이 한 원인이고 치산치수를 게을리 한 국가의 정책실패가 또 하나의 원인입니다. 원인이 이렇다면 처방도 그에 맞추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북한당국이 다락밭 개간 중지 등 치산치수에 역점을 둘 뿐만 아니라 심은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연탄 사용을 유도하는 에너지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남한 정부가 해마다 북한에 수해 물자와 복구 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제는 북한의 산림 복구를 돕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