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한은 극심한 수해에도 불구하고 체제선전용 집단체조인 아리랑공연을 강행하다가 취소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1일, '아리랑 관람을 위해 매일 수만 명의 근로자와 학생, 해외동포, 외국인들이 능라도 5.1경기장으로 찾아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김금룡 아리랑 국가준비위원회 연출실장도 조선중앙방송 인터뷰에서 '아리랑 관람을 위해 매일 수만 명의 각 계층 근로자와 청소년, 학생, 해외동포, 외국인들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으로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단 체조 아리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정당성과 사회주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내용으로 그동안 매년 추진해온 대규모 행사인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공연을 통해 기강이 해이해져가는 북한 주민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한편 남한이나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로부터는 비싼 관람료를 받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왔습니다. 그리하여 올해에도 엄청난 수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8월 중순 내린 집중호우로 사상최악의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한 북한은 수해를 이유로 평양에서 8월 28일 열릴 예정이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연기했지만 아리랑 공연은 강행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었을까. 북한은 지난해 선군정치 기념일로 내세우는 8월 25일에 처음으로 선군혁명 영도 46돌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보고자는 4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군 실세 중의 실세인 김영춘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었습니다. 이것은 북한 당국이 수해가 발생했다 해도 강성대국의 여명을 연 지난해 10월 핵실험후 처음으로 맞는 선군정치 개시 기념일을 아리랑 공연으로 대대적으로 축하하려는 의도에서였습니다.
그러면 선군정치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군대를 우선시하며 군을 통해 혁명의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독특한 통치방식이자 이념입니다. 1994년 7월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후 권력을 이어받은 김 위원장이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 속에서 체제유지를 위해 군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자 이 원칙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영도력을 상징조작하려는 수단으로 선군정치를 사용해온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게는 수해복구보다 선군정치가 더 중요했고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아리랑 공연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된 직후 내린 집중 폭우로 인해 피해규모가 엄청나게 더 늘어나자 북한 당국은 지난 27일 아리랑 공연을 드디어 중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해복구 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북한 당국은 선군정치가 수해복구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헐벗고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