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 대남전략과 관련하여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통일의 서광이 밝아오고 있다'며 올해 조국통일 구호로 '민족중시, 평화수호, 단합실현'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지난해 통일구호로 제시한 자주통일, 반전평화, 민족대단합과 비교해 볼 때, 같은 맥락이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좀 더 구체성을 띄고 있습니다.
북한이 올해 통일구호로 제시한 민족중시는 미국의 간섭과 방해책동을 배격하자는 것이고 평화수호는 남과 북이 미군철수투쟁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또 민족단합이란 남한 내 반보수 대연합 실현을 통해 매국 친미 반동 보수세력을 매장하자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친미 반동 보수세력은 한나라당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한나라당을 매국 친미 반동보수세력으로 규정하고 금년 12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한나라당을 매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남한의 대선에 직접 개입, 한나라당을 패배시킴으로써 남한사회내의 이념투쟁을 조장하고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야기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이것은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대북지원과 남북교류를 통한 경제적 실리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북한 나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친일 경력'을 들고 나온 적이 있지만 신년사에서 한나라당을 직접 거명해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면 이처럼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한나라당 비난과 남한 대선 개입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우선 이것은 남북간 상호 체제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정면으로 파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992년에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하면, 남과 북은 통일이 될 때까지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일방이 타방의 내부 문제나 내부 정치에 간섭할 경우 남북간에 큰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남한은 그동안 북한 내 정치문제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그러지를 않았습니다. 그들은 선거 때만 되면 남쪽 정치판이 자기들 안마당이라도 되는 양 '누구를 찍어라'거나 '누구는 안 된다'고 훈수해 왔습니다.
한 예로써 북한은 지난해 5·31지방선거 직전엔 '남조선 동포들에게 고함'이라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글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 머슴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은 올해 대남공작을 본격적인 선거투쟁으로 바꾸었으나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북한 당국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남한 유권자들은 이제 북한의 상투적 분탕질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북한이 떠드는 민족이니 평화니 하는 구호 뒤의 속셈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