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오는 10월 2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북방한계선의 재설정을 요구해온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서해 해상 분계선을 현 북방한계선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온 해역에 설정하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북방한계선 근처의 꽃게잡이 어장을 확보하려는 경제적 의도와 함께 해상분계선의 남하에 따른 남한에 대한 안보위협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해상분계선이 북측 의도대로 될 경우 북한 함정이 덕적도 근처 해상까지 내려와 인천항을 위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남한 당국은 북방한계선 재설정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남한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북방한계선은 남한의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이라고 말함으로써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북한 당국은 북방한계선 재설정 이유에 대해 휴전직후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어논 선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방한계선의 철폐와 새로운 해상분계선 설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휴전과 더불어 체결된 정전협정 문안에는 육지 경계선인 군사분계선만 표시되고 해상 경계선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서해 해역은 남북간에 군사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지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유엔군측은 북방한계선을 설정, 남북 해상 분계선으로 삼을 것을 발표했고 그 후 북한측도 사실상 이에 동의해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휴전이후 50여년 동안 북방한계선은 서해상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평화유지선'으로 그 기능을 다해온 것입니다.
이와 관련 지난 1992년 남북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에 의하면 "해상불가침구역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것은 서해 경계선은 현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하되 앞으로 때가 되면 협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 그것은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와 군비통제, 대량살상무기 제거 등 군사적 긴장상태가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이 북방한계선 재설정을 원한다면 이러한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 조치부터 먼저 취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