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6자회담의 타결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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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합의서를 채택하고 폐막되었습니다. 이 합의서에 의하면 북한이 60일 이내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의 입북을 허용하는 대신 한국은 북한에 중유 5만t 상당의 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또 이 합의서는 북한이 핵시설 폐쇄조치에 이어 핵시설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핵불능화 및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등의 조치를 마치게 되면 추가로 중유 95만t 상당의 에너지나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북한에 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엔 쌀, 비료, 전력, 가스 등의 제공이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중유를 최초에 5만t과 추가로 95만t을 합쳐 총 100만t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핵불능화의 의미에 대해 이번 6자회담에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이 받기로 한 중유 100만t 상당지원에 대해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의 대가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는 동결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동결이란 문자 그대로 가동중단으로써 미국 등이 생각하는 폐쇄 및 불능화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폐쇄는 접근, 수리 금지를 뜻하고 불능화는 핵심부품 제거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합의서 문구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북한과 다른 참가국들 사이에 견해차이가 나타나고 있어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 같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합의에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용 핵물질의 제거, 그리고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깨고 비밀리에 개발한 농축우라늄 핵시설 폐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이미 2~9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총 40~50kg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플루토늄 40~50kg이라면 핵폭탄 7~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또 2002년 2차 북핵 위기의 시발점이 된 고농축우라늄 시비도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북한이 한때는 고농축우라늄 보유를 시인했다가 그 후 부인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미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온 문제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러한 본질문제를 덮어두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일시 가동중지에만 초점을 맞춰 합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6자회담 타결은 북한에게는 큰 이득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핵 문제의 근본해결에는 미치지 못한 실패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북한이 남한을 인질로 삼는 데는 이미 손에 쥐고 있는 몇 개의 핵무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의 손에 있는 그 핵무기와 핵물질, 농축우라늄시설이 폐기되지 않는 한 한반도는 핵의 먹구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