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 핵융합 성공의 허구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0.05.19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킴으로써 새 에너지 개발을 위한 돌파구가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 당국자는 북한이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고가의 실험로를 갖고 있지 않은 데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선진국들도 풀지 못한 난제를 100% 북한기술로 해결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핵융합 기술로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성공적인 핵폭발기술 보유와 핵융합 반응 양을 밝혀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 수소폭탄 제조 가능성도 아직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오래전부터 이 연구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초보적 실험 수준에는 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북한당국이 왜 느닷없이 핵융합 성공을 주장하고 나온 것인가. 그것은 핵개발에 이어 수소폭탄도 만들 수 있다는 엄포를 함으로써 6자회담에 소극적인 미국을 자극하려는데 일차적 의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성과를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치적으로 포장, 선전함으로써 후계체제구축에 이용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폭탄 발언을 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에 쏠린 국제적 관심을 희석시키려는 일종의 물타기 전술이라고도 보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 의도와는 달리 국제적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고 회의적입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왔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전문지 환추시보와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조선은 핵 게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신문은 이어『조선의 핵융합 기술은 전력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것이라는데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면서『조선은 전략적 위기를 고조시키는 이런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중국 언론들의 이같은 비판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북한이 다시 건드린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핵융합주장이 가져올 후과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이번 일로 북한이 입만 열면 강조했던『조선반도 비핵화』주장이 새빨간 거짓으로 판명이 났다는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북한의 엇나가는 행동에 기분이 상한 중국 지도부가 북한의 핵 게임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엔에서 북한이 중국의 지지를 받는 것도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중국 신문의 지적대로 북한이 핵보유로 나아가면서 세계 대국들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 줄타기의 주연이라고 내심 자부할지 모르지만 고난도의 묘기가 나올수록 위험한 것은 관객이 아니라 줄타기를 하는 본인이란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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