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개성공단 발전의 조건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09.09.16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기준 임금을 예년처럼 5%만 올릴 것을 남측에 제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현재 55.1달러 선에서 57.8달러 선으로 인상될 것 같습니다.

북측은 지난 6월,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북측 근로자 임금을 월 300달러로 인상할 것과 연간 임금 인상률을 현행 5%에서 10~20%로 조정할 것, 그리고 개성공단 토지임대료를 5억 달러로 인상할 것 등을 요구했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이번에 남측에 임금 300달러 인상안과 토지임대료 5억 달러 문제는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월 임금을 일단 5%인상으로 조정하자는 정도의 답변만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월급 300달러 인상안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월급 5%인상안을 갑자기 제시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은 경제난이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외화벌이 창구인 개성공단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 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1874호 시행 이후 외화 수입원이 차단되는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해외 무기판매 대금이 유엔제재 이후 거의 차단되는 바람에 적지 않은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4만 5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개성공단에서 작년에만 3,000만~3,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그리하여 개성공단을 하루속히 정상화시킴으로써 이 돈만이라도 확보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더욱이 올해 쌀농사가 냉해와 수해를 당해 올겨울과 내년 봄 극심한 식량난이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제적 곤경을 극복하기위해서는 개성공단 안정화에 이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관광 재개를 통한 외화벌이가 시급하다는 판단과 함께 이런 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열릴 경우 북측은 토지임대료 5억 달러와 공단 노동환경 개선 등 그동안 문제 삼았던 다른 사항들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토지임대료 인상은 물론 사회보험료 인상 합숙소와 탁아소건설. 출퇴근 도로 증설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북한 측이 반드시 유의해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앞으로 기존의 남북 간 합의와 계약, 법규와 제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행위는 다름 아닌 서로간의 계약입니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마음 놓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정치, 군사적 이유로 경제적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세계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써 이에 불안을 느낀 남측 기업들의 사업 축소나 철수 사태만을 가져올 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측이 진정 개성공단의 발전을 바란다면 국제관례 존중과 합리적인 태도를 취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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