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국제원조국과 최빈국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09.12.02
해방이후 50여 년간 외국의 원조를 받아 살아온 남한이 이제 세계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주는 원조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세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지난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어 남한의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을 정식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개발원조위원회는 선진 22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이들 국가가 전 세계 원조의 9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한의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은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이며,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것은 세계에서 남한이 처음입니다. 남한은 1945년 해방 이후 50년 동안 현재 가치로 600억 달러의 원조를 받았습니다. 남한은 이러한 국제 사회의 원조를 밑거름으로 경제 기적을 이뤄낸 모범적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력으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한이 해외원조를 하는 것은 잘사는 나라로서의 의무이면서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서 당연한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고 전쟁이 얼어난 곳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나가는 것은 남한의 국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 것입니다. 작년에 총 8억 달러의 대외원조를 제공한 남한은 2015년경에 30억 달러의 대외원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남한이 대외원조를 함에 있어 어떤 철학과 기준을 갖고 하느냐 하는데 있습니다.

원조 규모는 작어도 원조를 받는 나라 국민들의 건강, 행복, 복지를 높이는데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조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 경제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과 지혜를 가르쳐 줘야 합니다. 그것은 남한이 못사는 나라에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귀중한 발전 경험을 다른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남한은 대외원조와 함께 대북지원에 관한 기준과 원칙을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보낸 엄청난 자금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사용되지 않고 북한 당국자들의 금고로 들어가 통치자금으로 악용되었습니다. 특히 대북지원금이 핵·미사일 개발과 같은 군사비로 전용됨으로써 남한을 위협하는데 대부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움을 받게 되면 도움을 주는 쪽에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상례이거늘 북한당국은 그러한 최소한의 예우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이번 3차 서해교전에서 보듯이 앞에서는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뒤에 돌아서서는 뒷동수를 치는 배은망덕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험악한 상황에서 남한이 자신의 발전 경험을 어떻게 북한에 전수하며,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어떻게 받아 낼 수 있겠습니까. 북한 당국은 대외원조국이 된 남한과 자신들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