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남북장성급회담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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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장성급회담에서 오는 17일,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1회에 한해 시험 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철도시험운행은 남북이 2004년부터 매년 합의하고 일정까지 잡았으면서도 북한 군부의 군사적 보장 조치가 없어 세 번이나 무산됐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 군부는 '잠정합의서'라는 말로 군사적 보장 조치는 딱 한번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로써 남북열차가 휴전이후 54년만에 군사분계선이 가로놓인 비무장지대를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록 단 한번 열리는 철길이지만 남북화해의 상징으로서 그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이 철길이 한반도 종단철도를 잇고 시베리아횡단철도에까지 닿아 우리의 미래도 통일과 대륙진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열차 정기운행을 가능케하는 항구적 군사보장 대신 1회 시험운행을 위한 한시적 군사보장만 해 줬습니다. 그것마저도 8000만 달러어치의 경공업원자재를 남한측으로부터 받기로 하고 마지못해 수락했습니다.

남북 열차의 정상운행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돈과 물자를 북한에 바쳐야 할 지 모릅니다. 애초에 북한 군부의 군사적 보장조치란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회담쪽 따로 두고 군부 따로 둬서, 한쪽이 남쪽과 합의한 것을 다른 쪽이 뒤집을 수 있다는 논리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군사적 보장조치는 북측이 남북회담에서 한가지를 얻어낸 다음에 다른 것을 더 얻어내기 위해 짜낸 꼼수에 불과합니다.

또 이번 장성급회담 공동보도문을 보면 해주항을 출항한 북한 선박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가로질러 서해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항 직항로 개설문제를 계속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의 무력화를 노린 새 해상경계선 설정을 위해 제기한 문제로 보입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중장은 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은 강도가 그은 선' 이며 서해상 충돌 방지와 공동어로 실현을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해상분계선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북방한계선 무력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은 휴전직후 남북간 해상분계선으로 유엔군 측이 설정했고 그 후 북한이 이를 사실상 인정해온 선인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휴전 이후 50여년동안 한반도 평화유지에 기여해 온 분계선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지금에 와서 서해 북방한계선 무력화를 시도한 것은 현 정전체제를 와해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열차 시험운행으로 8000만 달러어치 물자를 챙기고 동시에 정전체제를 파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