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남과 북의 여성들 3.8절 어떻게 다르나?

3.8절을 맞으며 북한언론이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8일자 노동신문은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으며 '행복한 삶' 제하 글에서 "남녀평등권 법령이 발표된 후 우리나라 여성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는 높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조선중앙방송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처음으로 현지 지도한 김책공업대학 여성교수들과 가진 인터뷰를 방송하며 3.8절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중앙방송은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으로 내세운 농사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며 농촌에 적극 진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에서도3.8절을 여성들의 명절로 쇠고 있습니다. 이날만큼은 남편들이 아내를 대신해 밥을 해준다든가, 기념품을 사준다든가, 특히 가정부인(기혼여성)들을 아껴주는 날로 각인되어 있지요,

그래서 아내들은 3.8절이 되면 남편에게 "당신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요?"라며 애무를 자청하고, 남편들 또한 오래간만에 아내들이 3.8절 축하놀이에 참가하고 늦게 귀가해도 이날만은 불평을 금합니다. 어쨌거나 3.8절은 가부장적인 세태 속에서 항상 남편공대, 자식부양, 시부모공대에 마음 졸이며 살아왔던 여성들에게는 가장 자유로운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동신문은 당의 배려로 여성간부, 여성영웅, 여성관리위원장, 여성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남한의 국회의원에 해당)이 배출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사실 북한은 1946년 7월 ‘남녀평등권 법령’이 발표된 때로부터 사회 모든 분야에서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강조한 구호가 바로 "여성들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밀고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 여성들 가운데는 노동당 경공업부장을 하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친동생 김경희나 경공업상이었던 김복신 부총리 등 여성출신 고위관리들이 있지만, 이들은 '백두산줄기(김일성 직계가족 및 빨치산출신)'를 타고난 사람들이거나,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정춘실운동'의 본보기인 전천군 상업관리소 소장 정춘실도 김일성주석이 내세우고, 당에서 공을 들여 키운 여성입니다.

그러나 일반 북한여성들은 집안의 생계를 두 어깨에 걸머지고, 아이들의 학업을 돌보느라 항상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여성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 받아야 할 존재라고 말을 하지만, 남존여비의 차별은 사회구석구석에서 나타납니다. 북한여성들은 '성추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기만 합니다. 영화관이나, 기차간 등 공공장소에서 성적모욕을 느끼는 수모를 당해도 망신스러워 얼굴을 붉히는 것이 오늘 북한여성들의 현실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여성들을 아주 존경합니다. 남자들과 똑같이 대학공부하고, 외국에 유학 다니고, 박사,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들 중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습니다.

남한사회만 놓고 보더라도 여성들의 가사부담이 줄어들고,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감 넘치고, 진취성이 강한 여성들이 대담하게 남성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남한의 가정집들은 전기화, 가스화, 정보통신화 되어 사실상 여성들이 힘든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자기계발과 학업에 바치고 있으며 남자들과 지식으로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과 남한의 여성들이 맞는 3.8절의 차이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