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정은이 이스라엘 위협 발언?
2024.09.18
평결: 증거 부족
지난 8월 초, 엑스(X),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소셜 미디어, 즉 사회 관계망에서 ‘김정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군사 행동을 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해당 발언은 이란을 지지하기 위한 의도로 전해졌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정은이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사실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직접 개입하거나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없다. 이 주장을 유포한 계정 중 하나는 신문 기사 스타일의 이미지를 게시했으나, 해당 사진은 지난해 열린 북한 노동당 대회에서 촬영된 것으로, 대회에서도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심층 분석
여러 소셜 미디어에서는 김정은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에 대해 직접 발언했다는 주장이 퍼지며 "우리는 영원히 이란과 함께할 것이며, 동맹국 이란에 대한 어떠한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이스라엘에게도 실수를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널리 확산되었다. 일부 계정에서는 해당 글이 4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이러한 주장의 주요 출처 중 하나는 엑스(X)의 "@Sprinterfamily" 계정이다. 이 계정은 과거에도 북한 관련 허위 정보를 퍼뜨린 기록이 있다. 예를 들어, 작년 10월 이 계정은 김정은이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랍인이나 무슬림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문제"라고 말했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한 바 있다. 이 게시물은 10개월 동안 약 16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나, 당시에도 북한 매체에서는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북한 매체에서 이스라엘 비판 보도
김정은의 가짜 성명이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기 이전에, 북한 매체는 이란과 이스라엘 관련 보도를 여러 차례 하긴 했다. 7월 하순, 북한의 노동신문과 영문 주간지 평양타임스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그 보도들에는 김정은의 성명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7월 21일 노동신문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강제로 확대하는 것을 비판하며 이를 '국제 사회가 주목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영토 강탈'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자위'를 명분으로 학살과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이러한 폭력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월 28일 평양타임스 역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폭격하고 학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가 국제 인권과 국제법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은의 직접 발언은 증거가 없다
비록 북한 매체들이 이란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현했지만, 김정은이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직접 개입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KCNA)과 노동신문에서도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기록은 없다.
또한, 엑스의 한 계정은 '김정은 성명'을 인용한 신문 스타일의 이미지를 제작했으나, 그 이미지에 사용된 사진은 지난해 열린 북한 노동당 대회의 사진이다. 해당 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전문가 분석
미 국가이익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국가안보담당 국장은 아시아팩트체크랩에 "많은 면에서 그 발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100%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진단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다만 북한의 전통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고려할 때, “조선중앙통신(KCNA)에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가정해야 할 것”이라는 전제에 동의해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따라서 김정은의 발언이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이스라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이란에 미사일 기술 등을 판매하여 이스라엘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해당 발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한미 정보당국 등은 북한이 이미 중동에서 이란 편에 서서 간접적으로 개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군사 협력은 대부분 비밀리에 이루어지며, 김정은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키노 요시히로(Makino Yoshihiro)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도 아시아팩트체크랩에 “북한과 이란은 군사 기술 협력 관계가 있지만, 이번에 군사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이 이번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란 입장에서도 과도하게 미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갑자기 등장한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김정은도 이러한 발언을 실제로 함으로써 딱히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고 덧붙였다. 마키노 교수는 나아가 “북한과 이란 사이에 군사적 협력이 존재하지만, 양국이 실제로 군사 행동을 함께 준비하고 훈련한 증거는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선임연구원은 아시아팩트체크랩에 “이란에서 주요 하마스 지도자가 사망한 공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정은이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겠다고 위협했다면 이미 뭔가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의 위협이 주로 선전용이며, 실제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또한 "이러한 정보가 북한에서 유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반서방 동맹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가 시작한 뉴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이 한국에 대해 ‘두 개 국가론’을 피력하며 남한에 대한 위협적인 발언을 수시로 하고 있지만, 그가 실제로 한 이같은 발언들 역시 대부분 과장된 경우가 많으며, 현실에서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극단적인 발언을 통해 선전 효과를 노리지만, 이러한 발언이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정은이 이스라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매우 드물며, 보통 북한은 외교부나 논평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제 문제를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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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북한의 무기가 사용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북한의 대외 군사 지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을 통해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게 북한산 무기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동 지역의 분쟁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이러한 군사적 지원을 인정하거나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없다.
또한, 김정은 발언이 확산된 시점인 8월 초에는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Ismail Haniyeh)가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니야 피살 사건은 이란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 요구가 이어졌다. 시기상으로 김정은의 발언 확산과 이 사건이 겹치며, 이로 인해 가짜 뉴스가 더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스라엘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며, 북한은 주로 외교부나 공식 성명을 통해 국제 문제를 간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에서 유포된 '김정은 성명'은 그가 직접 발표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증거가 부족하다.
에디터: 박정우, Asia Fact Check Lab(亞洲事實查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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