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또다시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습니다. 3월 27일자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더 큰 비약을 일으켜 나가자’의 사설에서 전체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으로 올해 경제난국을 타개해 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29일에는 '자력갱생의 구호를 구현하기 위한 근본요구’라는 논설에서 '자력갱생 외에 다른 묘술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력갱생은 북한당국이 정권초창기부터 벌여온 경제활동방식입니다. 북한은 50년대 소련의 흐루쑈브(흐루시쵸프)가 수정주의, 대국주의를 한다며 강선제강소의 ‘천리마 봉화’를 분수령으로 '천리마 대고조운동'을 벌렸고, 60년대와 70~80년대에도 주변의 정세가 바뀔 때마다 자력갱생을 벌여왔습니다.
50~60년대에는 자력갱생이 그래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들은 당에서 '이번 고비만 넘기면 잘산다'는 말을 믿고, 허리띠를 조여가며 자력갱생했습니다. 그러나 잘살기는커녕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90년대에는 '고난의 행군'까지 겪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주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으려고 돈 버는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경제문제를 푸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자력갱생이 '없는 것은 찾아내고, 모자라는 것은 만들어 낸다'고 하지만, 지금 북한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고, 모자라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옛날처럼 망치로 쇠를 두드리던 때는 지났습니다. 남한 공장에서는 컴퓨터에 명령만 입력하면 모든 생산공정이 원격조종화 되어 사람들이 손으로 할 일이 없습니다. 도면스케치와 사무처리도 모두 컴퓨터로 하고, 건반만 누르면 지식이 쏟아져 나오는 지식정보화 시대입니다. 노동신문이 '오늘의 자력갱생은 현대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으로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옛날처럼 자력갱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경제가 자립경제라고 하지만, 외국에서 원료와 연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생산이 안 되는 절름발이 경제입니다. 대용원료를 개발해 생산정상화 하라고 하는데, 그 대용원료가 원자재만 하겠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전기가 모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 자력갱생하라는 것은 결국 '개혁개방을 못하겠으니, 좀더 고생하자'는 소리입니다.
북한당국이 왜 최근에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할까요, 노동신문은 '미제와 그 앞잡이들이 반 공화국 압살책동 때문'에 자력갱생한다고 하지만 지난날 자력갱생 할 때도 항상 미국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못사는 원인을 미국에 돌려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반미감정으로 잠재우기 위한 것입니다.
다음은 잡생각을 하지 못하게 정치선전용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50년대 자력갱생때는 '천리마의 정신', 80년대에는 '낙원의 정신', 90년대에는 '안변발전소 혁명적 군인정신', 이번에는 '강계정신'을 발휘하자고 합니다. 이러한 정신선전은 사람들을 풀어놓으면 체제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잡생각 하지 못하게 들볶아 놓기 위한 것입니다.
올해 자력갱생기간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농사에 총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자력갱생으로 할 일은 농사밖에 없습니다. 간부들은 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을 것만 있으면 미국 놈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선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