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 “학비 4천 달러 내고 평양 복귀”

앵커: 북한 대학에서 공부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개강을 앞두고 평양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습니다. 비자 발급과 학비 납부 과정부터 일상까지, 이들의 유학 생활이 중국 누리꾼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의 온라인 사회관계망 샤오홍슈 계정.

미화 100불짜리 지폐 수십 장이 들어있는 봉투 사진과 함께 영수증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5일 자로 발급된 이 확인서에는 ‘2025/2026학년도 학비를 접수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문구와 학비 금액, 납부자(바친 사람), 접수자의 이름이 한글로 적혀있습니다.

이 유학생의 1년 학비는 미화 4천 달러로, 오는 3월 개강을 앞두고 지난 25일 현금으로 학비를 납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정치경제를 공부하는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도 개강 준비에 바쁜 모습입니다.

그는 28일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자를 발급 받았습니다.

그의 1년 치 학비는 미화 3천 5백 달러로, 그는 이날 중국주재 북한 대사관(조선대사관) 교육참사부에 학비를 납부하고 인수증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게시물에 따르면, 언어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심양)에서, 정치경제를 공부하는 학생은 베이징에서 각각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갑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지난 12월 중순 고향으로 돌아갔던 이 두 학생은 “나는 금요일에 출발해”, “평양 공항에서 만나자” 등의 댓글을 남기며 소통했습니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북한 생활, SNS 관심 집중

북한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후 4년 만에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허용했지만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중국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북한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의 일상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에서 10분당 미화 1불 70센트로 책정된 유료 와이파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사진과 글을 올리거나, 학기 중에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방학 때 중국에서 몰아서 게시합니다.

특히, 강의실에서 ‘조선어 실전문법’ 책을 들고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주 피곤해”라면서 친구와 조선어를 연습하던 한 여학생 갑자기 정전이 되자 웃음을 터뜨리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3월 개강을 앞두고 자신의 SNS 샤오홍슈에 김일성종합대학에 학비를 납부한 사진을 공개한 중국인 유학생.
오늘 3월 개강을 앞두고 자신의 SNS 샤오홍슈에 김일성종합대학에 학비를 납부한 사진을 공개한 중국인 유학생. 오늘 3월 개강을 앞두고 자신의 SNS 샤오홍슈에 김일성종합대학에 학비를 납부한 사진을 공개한 중국인 유학생. (/샤오홍슈)

지난 학기에 김일성종합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학생 ‘하우 네이 카우’는 브이로그, 즉 일상을 담은 영상을 10여개 공유했습니다.

그는 등교길을 촬영한 영상에서 “학교 안에 여러가지 표어가 있다”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결정을 철저히 관철하자’라는 대형 구호판을 신기한 듯 소개했습니다.

[샤오홍슈 채널 ‘하우 네이 카우’] 안녕하십니까. 조선에서 유학생 하루에 어떻게 보냈어요? 승강기가 이제 왔어요. 식당에 와서 아침 식사를 먹을 거예요. 학교 안에 여러 가지 표어가 있어요. 조선 대학생들은 매일 얼굴이 환하게 줄 서서 함께 교실을 향해요. 교실에 도착했어요.

이 영상은 약 6천 개의 좋아요와 516개의 댓글을 기록하며 중국 누리꾼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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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중국인 대상의 북한 단체 관광은 여전히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지난 24일 중국인 10여명을 대상으로 모집한 관광단이 3박4일 라선 관광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 허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북중 국경 지역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션 샤오제 씨는 이날 상업 방문단이 무사히 라선에 도착했다면서, 일반 관광 상품에 대해서는 “오는 3-4월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