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지방공업공장 식품 외면...“비싸고 맛없어”

앵커: 북한 당국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과로 지방공업공장에서 다양한 식품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과 판매 모두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산을 낀 지역은 산을, 바다를 낀 지역은 바다를 이용해 지방의 특색있는 제품을 생산해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 문화 생활을 해결하라는 게 북한 당국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이지만 그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9일 “작년 말(12.20) 준공된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가동이 미미하다”며 “자금이 순환되지 않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식품공장에서 생산된 된장과 간장, 술, 콩나물, 당과류 등은 식료품 상점으로 유통되어 판매되지만 가격이 비싸 판로가 막힌 게 원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개인이 만든 된장은 삶은 콩을 띄운 메주를 발효시켜 깊은 맛이 나지만 공장 된장은 밀로 만들어 짠 맛 밖에 없는데 가격은 장마당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에서 생산한 당과류도 개인이 만들어 장마당에서 파는 당과류보다 포장만 멋있고 맛이 없는데도 장마당보다 가격이 비싸 사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성천군 식료품상점에서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공장 밀 된장 1킬로 가격은 (북한돈) 2천원, 사탕 한봉지(500그램)는 1만원(미화 0.45달러)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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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에서 채취한 밤으로 만든 정과는 포장과 맛은 괜찮지만 일반 사람들이 사 먹기에 가격이 너무 비싸 잘사는 일부 사람들만 사 먹다보니 자금을 회수 못한 지방공업공장 가동이 거의 멎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지난 2월 김형직군에서 기름과 빵, 비누와 학습장, 가구까지 제작하는 지방공업공장이 준공되었지만 가동은 준공행사 때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양강도 특산물인 들쭉 원료로 술과 단묵(젤리), 음료 등을 생산해 국영상점을 통해 판매하지만 사람들이 수군거린다”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양강도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들쭉단묵
양강도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들쭉단묵 양강도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들쭉단묵 (RFA 손혜민)

“들쭉술 한 병 가격이 공장노동자 월급 맞먹어”

그는 이어 “들쭉 단묵(200그램) 하나에 3천원, 들쭉술 한 병 가격은 1만원부터 5만원(미화 2.25달러)”이라며 “들쭉술 한 병 가격이 공장노동자 월급과 맞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방공업공장의 식품 품질이 낮은 것은 당국이 자재와 원료를 공급하지 않고 공장 자체로 15가지 생활필수품을 생산해 주민들에게 공급하라고 지시하다 보니 원가는 낮추고 생산품 수량만 늘린 것이 원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지방공업공장에서 인민생활소비품을 많이 생산해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우월성을 빛내라고 다그치고 있어 간부들의 속내가 편치 않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