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잎 부족’ 북한에 종이 섞인 담배 유통

앵커: 북한에서 유통되는 일부 담배에 색소를 입힌 종이가 섞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 원료인 담뱃잎 부족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최근 쌀 등 다른 물품과 마찬가지로 여과(필터)담배 가격이 높아져 남자들이 아우성”이라며 “가격은 높아졌으나 담배 질은 더 낮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백산, 대동강, 압록강 등 여러 상표의 여과담배에서 주원료인 담뱃잎 속에 색소를 입힌 종이가 섞인 것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며 “외화벌이 회사들이 운영하는 공장 제품으로 일반 주민들이 주로 피우는 가격이 눅은(싼) 담배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주 직장 친구들과 같이 담배를 터쳐 내용물을 물이 든 그릇에 쏟고 몇 번 휘저었는데 실제로 담뱃잎 비슷한 색갈의 가느다란 종이를 발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담배 씨(내용물)에 종이가 섞인 것을 직접 확인한 사람들이 한참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며 “몇 년 전부터 일부 상표의 담배 질이 이전보다 못하다, 맛이 이상하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담배 가격이 대폭 비싸진 데다 담배에 종이가 섞여있다는 소문에 공장에서 생산된 담배 대신 농촌에서 잎담배를 구해 피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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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한 북한 남성이 피크닉 중 다른 남성에게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있다.
2012년 4월, 한 북한 남성이 피크닉 중 다른 남성에게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있다. 2012년 4월, 한 북한 남성이 피크닉 중 다른 남성에게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있다. (Reuters)

같은 날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새로 생긴 담배 공장도 적지 않고 첨 보는 담배도 많다”며 “남자들에게 한시도 없어서 안될 물품인 담배가 최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 이후 제일 먼저 국산화된 제품은 단연 담배였다”며 “1990년대 에는 중국, 일본 등 외국 담배가 많이 돌았으나 하나 둘 국산 담배가 등장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외국 담배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작과 함께 숨 죽었던 평양담배공장, 용성담배공장 등 큰 담배공장들이 중국과 합영해 다시 생산을 시작했고 일부 외화벌이 회사들까지 담배 생산에 뛰어들면서 국산 담배가 외국 담배를 밀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국산 담배가 늘어났지만 최근 담배 질은 많이 떨어졌다”며 “일부 담배에 종이가 섞인 것이 논란이 되면서 여과담배를 거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에서 유통이 제일 빠른 물품이 담배지만 담뱃잎을 비롯한 원자재를 거의 다 중국에서 들여온다”며 “성천, 회령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담뱃잎이 생산되지만 이것으로는 국내 담배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감염병 사태 이후 중국과의 무역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중국에서 들여오던 담뱃잎마저 부족해 일부 담배회사들이 오그랑수(꼼수)를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4월 기준 북한 담배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2.5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가 담배인 백산은 3천원(미화 0.13달러)에서 6천원(미화 0.27달러), 중저가 담배인 금강산은 4천원(미화 0.18달러)에서 8천원(미화 0.36달러)으로 올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