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가 5월 2일까지 밭갈이를 모두 끝냈다고 중앙에 보고했지만 아직 농장들엔 밭갈이를 해야 할 면적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가 5월 2일까지 밭갈이를 완전히 끝낸 것으로 중앙에 보고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의 보고와는 달리 양강도의 농장들엔 아직 밭갈이를 해야 할 밭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농업 부문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도 농촌경리위원회 상황실이 삼지연시 포태농장을 끝으로 5월 2일까지 양강도의 모든 농장들에서 밭갈이를 끝냈다고 보고했다”며 “도 농촌경리위원회가 5월 3일, 이 같은 내용을 중앙에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5월 2일까지 밭갈이를 모두 끝냈다는 도 농촌경리위원회의 보고는 시, 군 농업경영위윈회의 보고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으로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며 “아직도 양강도 삼지연시와 백암군, 운흥군의 일부 농장들에서는 밭갈이가 한창”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도 농촌경리위원회의 간부들도 밭갈이를 벌써 끝낼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나 하급 기관인 시, 군 농업경영위원회에서 올린 내용을 그대로 중앙에 보고했다”며 “중앙에서 일일이 검증 못한다는 허점을 노리고 거짓 보고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농사는 다 제 철이 있는데 중앙에서는 밭갈이 실적을 놓고 매일 도 농촌경리위원회들을 들볶고 있다”면서 “중앙에서는 도 농촌경리위원회를 들볶고,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시, 군 농업경영위원회들을, 시, 군 농업경영위원회들은 농장들을 들볶는 실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들볶게 되면 마치 자기들만 제일 뒤처진 것처럼 느끼는 하위 농장들은 실적을 부풀리기 마련”이라며 “도 농촌경리위원회의 간부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중앙의 독촉을 견딜 수 없어 허위 실적을 바로잡을 생각도 안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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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올해는 농업용 디젤유도 일찍 공급했다면서 밭갈이를 더욱 다그치고 있는데 양강도에는 뜨락또르(트랙터)가 없는 농장들도 많다”며 “전반적인 밭갈이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는 폭이 좁고 경사가 높아 뜨락또르가 들어 설수 없는 밭들이 많다”며 “때문에 양강도는 아직도 60% 이상의 밭을 소가 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밭갈이를 일찍 끝내려면 밭을 갈 소가 많아야 하는데 농장마다 한 개 작업반에 밭갈이 소가 2쌍(4마리) 정도씩 있다”며 “한개의 작업반에 대략 45정보(약 45헥타르)의 밭이 있는데 소 한 쌍은 기껏해야 하루 2천평의 밭을 갈 수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작업반마다 소를 최대한 가동시켜도 45정보(13만5천평)의 밭을 다 갈려면 한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며 “그럼에도 농장들은 한달 정도 걸리는 밭갈이를 보름 동안에 다 끝냈다고 상부 조직들에 보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장 간부들 비판 무대 두려워 허위 보고
소식통은 “농장마다 서둘러 밭갈이를 끝냈다고 보고하는 것은 군당과 군 농업경영위원회와 같은 상급기관들의 무리한 독촉 때문”이라며 “밭갈이가 늦춰지게 될 경우 5월말에 있는 봄철 농사총화 회의 때 관리위원장과 기사장을 비롯한 농장의 간부들이 비판 무대에 올라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비판 무대가 두려운 농장의 간부들은 도로 주변, 눈에 잘 띄는 밭만 갈아버리고 서둘러 밭갈이 완성 보고를 올린다”며 “눈에 잘 띄지 않는 밭들은 항상 밭갈이가 늦어지고, 파종시기를 놓쳐 해마다 수확량이 낮아지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