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2년여 만에 당 군사위…“구축함 사고 징계 가능성”

앵커: 북한이 1년 9개월여 만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근 발생한 신형 구축함 진수 실패로 인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관영매체는 3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8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모든 군사정치 활동을 당의 노선과 정책에 따라 진행되도록 ‘강철 같은 규율제도’를 확립할 데 대한 문제들이 논의됐습니다. 또한 ‘정치군사적 의의를 가지는 중요대상건설들’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문제가 토의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6명의 군단급 단위 지휘관들과 포병국장, 보위국장 등이 새로 임명됐으며 일부 정치위원들도 새로 파견되는 등의 인사조치도 이뤄졌습니다.

다만 북한 매체는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30일 북한의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1년 9개월여만에 열렸다며 관련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확대회의에서 북한은 군 내 정치기관 역할 강화, 조직문제, 중요 대상 건설 사업 추진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분석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구축함 사고 문책, ‘간첩’ 혐의로 다뤄질 수도”

일각에서는 북한이 1년 9개월여만에 김정은 총비서의 주재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한 것은 최근 발생한 신형 구축함 진수 실패 사고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구축함 사고 수습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구축함의 파손 정도가 북한의 자체 조사 결과보다 심각하기에 이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가 단행됐다는 겁니다.

30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정경택 총정치국장은 지난 28일 열린 확대회의서 대장(위) 계급이 확인되나 다음날 진행된 군 포사격경기에서는 상장(아래) 계급을 달고 있다.
정경택 북한 군 총정치국장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 30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정경택 총정치국장은 지난 28일 열린 확대회의서 대장(위) 계급이 확인되나 다음날 진행된 군 포사격경기에서는 상장(아래) 계급을 달고 있다. (RFA)

실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다음날인 지난 29일 진행된 포병구분대 포사격경기에서 4성 대장이 아닌 3성 상장으로 강등된 정경택 총정치국장의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북한 관영매체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정경택 총정치국장의 직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사고가 발생한 북한 신형 구축함의 복원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6월 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앞서 추가 처벌 준비의 성격으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개최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6월말 노동당 전원회의까지 함의 균형이나 복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처벌을 준비하기 위해서 당 중앙군사위를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 관련자들에게 어떤 죄목이 씌워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어 조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의 구축함 사고는 최고지도자 앞에서, 그리고 많은 인민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대참사”라며 “과거의 사례를 보면 한국이나 미국의 사주에 의한 ‘간첩’ 혐의까지 거론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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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의 북한 전문 매체,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북한 신형 구축함 사고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지난 26일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위성사진에 따르면 ‘사고 구축함’은 여전히 측면으로 육지와 바다에 걸쳐 누워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분단을 넘어’는 구축함의 함수 부분을 육지에서 이탈시켜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2~3일, 현측 복구에 10여 일 정도의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북한의 발표보다 복원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