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핵시설 공습…전문가 “북 ‘핵보유 필수’ 인식 더 굳어져”

앵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공습을 지켜보며 핵을 보유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더욱 굳혔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지시간 21일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했습니다.

공습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 정권의 3대 핵심 핵시설인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대규모 정밀 타격”을 가했으며 핵심 시설들이 “완전 파괴됐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의 목표는 이란의 핵 농축 능력을 파괴하고, 세계 1위 테러 지원국의 핵 위협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공습에는 B-2 스텔스 폭격기와 지하 깊숙이 위치한 곳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GBU-57 등이 동원됐으며, GBU-57의 실전 투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보며 핵을 보유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핵을 포기하게 될 경우 이란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하며 향후 비핵화 논의 제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 부소장은 북한이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느끼면서, 선제 핵공격을 받은 후 보복 핵공격을 가하는 능력, 이른바 제2격 능력 확보를 위해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직무대행)] 핵을 포기하면 이란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면서 비핵화 논의는 이제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북한을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느끼면서 제2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핵잠수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사태로 인해 북한은 ‘핵보유만이 생존’이라는 인식을 더욱 확고히 하고 핵보유 정당성을 극대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고 확신하고 비핵화 협상의 무용론을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이란 사태를 빌미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비난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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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지하 깊숙히 위치한 곳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GBU-57을 투하하는 장면.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지하 깊숙이 위치한 곳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GBU-57을 투하하는 장면.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지하 깊숙이 위치한 곳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GBU-57을 투하하는 장면. (미 공군)

“북, 주요 핵시설 더 깊은 지하로 옮길 것”

이번 공습으로 인해 북한이 보다 핵보유에 집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관련해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큰 틀에서는 동의하면서도,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전에도 이미 확고했던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남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주요 핵 시설을 보다 깊은 지하로 옮기는 작업, 방공망을 확충하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상당히 좀 충격을 주겠죠. 미국이라는 나라는 힘이 세기도 하지만 믿을 수가 없구나 느끼고, 핵시설의 이전, 은닉, 은폐 그리고 방공망 시스템 확충 등을 아마 김정은이 지시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으로서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거니까 미국과의 협상이 이런 걸로 인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한편 북한은 이란과 오랜 시간 우방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 등 군사기술 분야에서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핵 개발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 국제법 규범들을 위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날 북한 주민들이 보는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이란의 핵시설들에 대한 공격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