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과 이란의 위험한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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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22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20일 만의 도발이었죠. 23일에는 북한의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으로 출국했고요. 24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욕설에 가까운 대남비방을 비롯해 세 건의 담화가 나왔습니다. 안팎으로 바빠 보이는 북한의 정세 짚어보죠. 먼저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 방문을 위해 지난 23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출발 소식 외에 방문 목적과 일정 등 세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이란 공식 방문은 2019년 박철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예진: 북한과 이란은 전통적인 우방이죠. 이전부터 탄도미사일이나 핵기술 개발과 관련한 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이번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이란 방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김금혁: 이번 방문은 시기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북한과 이란 사이 군사 협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 아니겠냐는 분석과 함께 현재 이스라엘과 미사일을 주고받는 등 군사적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이란을 북한이 방문했다는 것은 두 국가의 미사일 기술 교환이나 군사적 교류 움직임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러시아 지원을 통해 북한 무기의 해외 수출을 이끌어 낸 북한이 이번에는 다음 상대로 이란을 정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특히 북한과 이란은 탄도미사일, 주력 전차 등 여러 부분에 있어 밀접한 교류 관계를 이어왔는데, 북한이 시험 발사하는 신형 탄도미사일의 제원과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들의 제원을 비교해 보면 거의 비슷할 정도로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중동 분쟁에 개입해 친이란 무장 세력에 무기를 공여하거나 이란에 직접적으로 무기를 수출할 경우 이스라엘에는 큰 위협이 될 것이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반서방 세력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기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예진: 북한이 반미 연대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인데요. 이대로라면 전쟁을 하고 있거나 언제든 전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대 미국과 한국 등 자유 진영의 신냉전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북한의 입지도 점점 커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금혁: 네.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시작된 서방 진영과 권위주의 세력 사이의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을 계기로 중동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란의 사주를 받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했고,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를 초토화시켰죠.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하마스의 완전 궤멸을 원하지 않는 이란과 친이란 무장 세력들이 다시금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확전 분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차 중동전쟁으로까진 확대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지만, 어찌되었든 서방 진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 무차별 공격을 받았고, 그 배후에 이란,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이 뉴노멀, 즉 새로운 일상이 되어 버린다면 냉전 종료 후 30년 넘게 이어져 오던 세계의 평화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되겠죠. 언제 어디서든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특히 한반도와 대만, 중동과 같은 지역들은 작은 분쟁도 큰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취약성을 띄고 있습니다. 북한은 항상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며 자신들의 체급을 키우고 있죠.

우리가 보통 영화를 볼 때 악한 사람들을 ‘빌런’이라고 부르잖아요. 이런 빌런들은 항상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각종 군사 도발과 미사일 실험을 통해 국제 사회의 관심을 한반도에 묶어두고, 자신들의 체급을 키우려 할 것입니다. 또한 그 뒤에 러시아나 중국, 이란과 같은 세력들이 동맹으로 자리를 지켜준다면 북한은 더 기고만장해지겠죠.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볼 때 신냉전은 가장 엄혹한 안보 위기가 될 것입니다.

이예진: 이런 때에 24일에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임천일 외무상 부상 등 3건의 담화가 나왔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여전히 외교적으로 수준 낮은 막말 일색이었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맹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역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압도적인 최강의 군사력을 계속 비축해 나갈 것이라며, 남한을 향해 "상전을 믿고 무력 대응을 시도하면 즉시 괴멸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여기에 임천일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미국 하원에서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6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한순간 환각제에 불과하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예진: 네. 거기에 외무성 대외보도실장 역시 같은 맥락의 담화를 내놨죠. 늘 하던 주장과 미국, 한국을 향한 비난입니다만, 3건이나 되는 담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이유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김금혁: 이같은 담화들은 내용상 이전에도 했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를 담화 형식으로 일제히 쏟아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이는 외교적 고립 상황에 있던 북한이 최근 국제 정세에서 자신감을 얻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의 국제 상황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해드린 것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장기간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 여기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까지 발생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미국과 반대 세력의 대립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권위주의 세력은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지만, 자유 진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과 봉합을 되풀이하고 있고, 특히 미국 내에서도 여론이 분열되어 있는 등 하나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생각보다 더 장기화 국면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피로도를 호소하는 주변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고,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연대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요소로 작동하고 있죠.

본론으로 돌아와 한반도로 시선을 돌린다면, 미국과 대립해 온 북한은 항상 미국 등 서방과 그 반대 세력 간의 신냉전 구도를 강화하려는 외교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반미 세력의 연대 강화를 통해 자신들이 겪고 있는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생존 활로를 개척해 보려는 것이죠. 또한 줄곧 의지해온 중국이 북한이 원하는 수준에서의 지원을 해주지 않자, 바로 러시아로 갈아타면서 러시아의 비호와 두둔 속에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출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매우 악화되고 있는 중동 정세는 북한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동하고 있죠. 중동 분쟁을 계기로 이란, 시리아 등 반미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최근 이란과 벨라루스 등 대표적인 친러 국가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꾸준한 도발과 무력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반미 진영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길 원할 것입니다. 할아버지를 지우고 자신이 북한의 태양이 되고자 하는 야심을 대놓고 드러내는 김정은을 확실하게 제어하고, 북한의 야욕을 꺾기 위한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