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나 회의에 참가하는 것을 극구 꺼린다는 소식입니다. 자칫 김 위원장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경우 ‘큰 일’이 나기 때문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월 19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용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현대화대상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준공식 연설에서 김정은은 내각 간부들의 패배주의와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현지에서 기계공업 담당 내각 부총리를 해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요즘 간부들이 당국의 눈치를 많이 본다”며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건너는 심정으로 발언과 처신을 매우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주민들 속에서 용성기계연합기업소 현대화 준공식에서 한 김정은의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반당반종파투쟁으로 들끓던 시기 김일성의 연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당반종파투쟁은 김일성의 개인 숭배와 1인 체제를 거부한 세력 제거를 위해 수년간 북한에서 전개된 권력투쟁으로 1956년과 1967년에 벌어졌습니다. 이 두번의 사건은 북한, 특히 노동당 역사에서 분수령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 간부 소식통은 “당시 김일성은 당 전원회의를 비롯한 주요 회의 연설 때마다 반당종파분자들의 죄행을 나열하며 이들을 비판했다”면서 “김정은도 연설에서 실례(사례)를 들어가며 내각 간부들을 욕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간부들이 주로 참가하는 회의장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 모인 공개 장소라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내각 간부들을 대놓고 비판한 김정은 연설과 관련해 제대로 일하지 않는 간부는 두드려 맞아도 싸다는 주장도 있고, 아무런 권한도 없는 행정 간부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처벌받는 것이 공평(공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경제부문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에 김정은이 단단히 화가 나 있는 것이 확연히 알린다(확실하다)”며 “일이 안되는 원인이 간부들 탓으로 되다 보니 처벌이 남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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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평양의 한 중앙기관에 있는 친구한테서 들은 내용”이라며 “요즘 높은 간부들이 김정은 앞에 나타나는 것을 꺼린다”고 전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칫 처신을 잘못해 김정은의 기분을 잡치거나(망치거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큰 일이 나기 때문”이라며 “철직 해임돼 탄광, 광산, 농장 등 지방으로 내려간 간부가 한둘이 아니”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과거엔 간부들이 김정은의 눈에 들기 위해 행사에 서로 참가하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된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은의 암행어사 당 규율조사부
이 주민 소식통은 “작년 말 평양시 안전국 간부들이 혁명화(사상 단련)로 지방에 쫒겨 가는 등 난리가 났다”며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교통안전원 몇명이 교통통제를 하지 않고 한쪽 구석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김정은이 중앙당 규율조사부 검열을 붙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3일간 진행된 검열 결과 시안전국장, 정치부장 등 간부들이 혁명화가거나 처벌을 받았다”라며 “김정은에 직속된 당 규율조사부가 옛날 암행어사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규율조사부가 생긴 이후 간부와 당원들에 대한 통제와 처벌이 대폭 강화되었다”며 “어디든 규율조사부가 검열(감사)을 하면 쑥대밭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요즘 간부들 속에서 ‘김정은이 한마디 호통하면 순간에 하늘땅이 뒤바뀐다’는 말이 돈다”며 “(김정은이) 변덕과 기분주의가 정말 심한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규율조사부는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 척결 등 내부 통제와 사회기강을 담당한 전문부서로 노동당 8차 대회(2021.1) 이후 중앙과 각 지역 당위원회에 새로 생겼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