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에도 북한 내 마약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주부와 청소년들까지 마약에 빠져, 마약은 이제 북한에서 ‘생활필수품’처럼 여겨진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사법기관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1.1설날과 1.8 원수님 생일을 맞아 전국에 특별경비주간이 발표되고 이에 따라 (범죄) 집중단속이 진행되었다”며 “이 기간 단속된 범죄의 대부분이 마약과 연결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몇가지 사례를 보면 새해 첫날 대낮에 사이가 안 좋은 같은 직장 사람을 오토바이로 깔아 뭉갠 청년, 새벽에 개인 집을 털다가 붙잡힌 고급중학교 학생, 1월 8일 저녁 남편과 다투던 중 분을 삭이지 못해 식칼을 휘두른 여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얼음(빙두)을 사용하고 기분이 붕 떠있는 환각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북 마약 사용, 과거 중장년 남성에서 이제 주부와 청년들로
이어 “지난해 도시 가정부인(주부)의 약 20%, 청년들의 거의 절반이 마약을 사용한다는 내부 자료가 보고된 적이 있다”며 “마약 남용이 강력범죄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얼음(빙두)을 주로 중장년 남성들이 많이 사용했다면 지금은 청소년과 여성들도 마약에 빠지고 있다”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도 이를 비웃듯이 마약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돈은 있지만 즐길 거리가 없다보니 기분이 좋아지는 마약에 빠져들고, 돈 없지만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을 비관해 순간이나마 걱정을 덜고자 얼음(빙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결 안되는 마약 문제로 당국도 당황해 하는 눈치”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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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최근 마약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정을 돌봐야 할 가정부인들이 마약에 빠져 가정이 파탄났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 말 친구 한명이 갑자기 이혼했는데 이유는 아내가 마약에 빠져 장사 밑천을 다 불어(말아) 먹다 못해 집 가산까지 몰래 내다 팔면서 다툼이 커진 결과였다”며 “아내가 장사를 잘해 생활형편이 괜찮았고 사이도 좋았던 부부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1.1 설날 오후 우리 동네에서 가정부인 3명이 얼음(빙두)을 하다가 단속됐는데 다 생활이 어려운 집 여성들이어서 사람들이 놀라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어린 학생들이 마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어린 학생들이 마약 하는 걸 자랑처럼 여기고 마약을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마약이 주민들의 일상에 깊숙이 퍼져 생활 필수품이 된 것 같다”며 “당국이 마약범죄를 국가와 사회제도를 해치는 반사회주의 행위로 규정했음에도 더 늘어나는 판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마약 사용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어려운 생활형편과도 관련이 있다”며 “고된 생활고를 잊기 위해 마약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가정에서 마약을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2021년 7월 ‘마약범죄방지법’을 새로 제정했습니다. 과거 마약 범죄를 일반 형법에 포함시켜 다뤘으나 마약 남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별도의 법을 따로 만든 것입니다.

법 내용을 보면 마약 불법 제조와 밀수 등에 대한 처벌이 꽤 무겁습니다. 아편과 마약을 불법 채취하거나 제조하는 행위, 마약을 밀수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 최고 무기노동교화형 혹은 사형 및 재산 몰수에 처하고 있습니다.
또 마약을 보관 및 사용하거나 타인의 마약 사용 혹은 보관 등에 대해 신고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마약 단속과 검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탈북민 출신 전문가들은 당국이 마약범죄방지법을 만들고 처벌을 강화해도 북한 내 마약 확산세를 쉽게 꺽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개발연구소 김병욱 소장의 말입니다.
김병욱 소장: 북한 마약은 당국이 자초한 겁니다. 1980, 90년대 당국이 외화 획득을 위해 아편을 재배하고 얼음을 제조했습니다. 유엔 제제로 해외 루트가 막히자 국내에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시작된 마약이 최근 더 확산되고 있다는 말을 나도 듣습니다.
김 소장은 북한 내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선 이를 단속하는 간부들의 마약 사용부터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병욱 소장: 일반 주민의 마약 사용도 심각하지만 안전원, 보위원 등 간부들이 마약을 더 많이 합니다. 마약을 통제해야 할 사람들이 이러니 마약이 근절될 수 없지요. 북한이 마약을 근절하고 싶으면 애꿎은 주민이 아니라 위 간부들의 마약 사용부터 단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지난달 27일 한국통일연구원이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5’도 북한 주민들이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에 따른 자가치료, 각성∙미용∙재미∙쾌락 등을 위해 마약을 사용하며 심지어 10대들도 마약을 사용하는 심각한 오남용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