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북, ‘미 이란 공습’ 핵개발 명분 삼을 것”

앵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등 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28일 이란을 겨냥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단행한 미국.

전투기들은 이란 수도 테헤란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했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작전이 매우 잘 진행 중”이라며 이번 공격으로 48명의 이란 지도부 핵심인사들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에 대한 공격이 앞으로 4주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고하면서 이란에 들어설 새 지도부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이란 공습을 지켜본 북한이 위기감을 느껴 핵개발 의지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사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신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 지가 관건”이라며, 이란과 협상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공격을 감행한 미국에 강경 노선을 취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김 총비서가 내릴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란과의 핵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인 태도, 협상 중간에 군사적 공격을 가하고 단기간에 정권 교체까지 시도하는 모습은 북한으로 하여금 기존의 대미 강경 노선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확신을 더욱 강화해 주는 것입니다.

임 교수는 김 총비서가 미국에 대한 불신을 바탕에 둔 채 불확실한 현 정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에 대한 아주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왔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표출한 미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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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미국의 대이란 공습을 계기로 북한이 핵보유 정당성 명분을 더 강력하게 내세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북한 입장에선 핵에 대한 집착, 핵 보유 정당성 명분을 훨씬 더 강하게 내세울 가능성이 큽니다. 핵이 없기 때문에 이란이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 교수는 “이란 하메네이, 베네수엘라 마두로는 미국이 국가 최고지도자를 납치하거나 제거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법 대신 힘을 앞세운 국제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현 상황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쿠바와 함께 전통적인 반미 입장을 유이하게 유지중인 북한 입장에선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8일 이란의 미사일 전력을 파괴하기 위한 대규모 전투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8일 이란의 미사일 전력을 파괴하기 위한 대규모 전투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CHRIS DELMAS/AFP)

신범철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 총비서가 미국의 대이란 공격을 핵개발과 체제 결속, 대남 강경 태도를 유지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김정은은 자신의 명분을 확보할 좋은 기회로 삼으려 할 것입니다. ‘공화국에 대한 위협이 현존하고 있다’고 강조할 것입니다. 이를 핵개발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이고, 대남 강경책을 유지하는 계기로 활용하며 논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일방주의 정책으로 자신들을 압살하려고 한다”는 게 북한 주장이라며, 이번 공격을 통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자신들도 체제 결속을 더 공고히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쯤으로 점쳐지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한 미북 대화 가능성은 멀어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이란과 갈등 중인 상황에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는 남은 기간이 너무 짧다”며 “중국 방문 계기에 북한을 만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교수도 “김 총비서 입장에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나 협상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위기 요소로 볼 가능성이 크다”며 베네수엘라와 이란 사태를 지켜본 뒤 준비되지 않은 대화 시도가 오히려 약점이 될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박 교수는 “미국 내에서 북한과 이란은 늘 서로 비교되는 사례였다”며 “이란에는 강경한 군사 조치를 취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만 언제까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호의적인 태도로 대화를 제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언제 바뀔 수 있을지도 김 총비서에겐 큰 부담일 것이라며, 실제 합의 여부와는 별개로 미북대화 성사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