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센터장 “북한 AI, 핵 개발처럼 봐야…”

앵커: 북한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군사력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지만,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군사적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에서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북한 AI 역량 평가와 안보적 함의’란 보고서를 발표한 김민정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첨단기술전략센터장은 북한의 AI 개발을 핵 개발과 유사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민정 센터장: 북한 정권이 주민 아사 상황에서도 핵 개발을 강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원 전용과 인권 유린이 자행돼 온 양상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재현될 소지가 있습니다.

‘북한 AI 역량 평가와 안보적 함의’ 보고서
북한 AI 보고서 ‘북한 AI 역량 평가와 안보적 함의’ 보고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홈페이지)

김 센터장은 북한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발표한 영문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음성인식과 안면인식, 억양 식별 등 감시와 식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AI를 산업 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 수단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은 주민 통제나 군사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현재 북한의 AI 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공개된 AI 관련 논문은 161편으로 국제 기준 세계 145위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북한의 AI를 단순히 논문 수나 모델 규모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 연구자, 엔비디아·퀄컴 반도체 활용한 정황

그는 북한 연구자들이 미국 기업 엔비디아(NVIDIA)와 퀄컴(Qualcomm)의 반도체를 활용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연구자들은 논문 작성을 위해 NVIDIA의 RTX 2070 그래픽 처리 장치, Qualcomm의 Snapdragon 계열의 모바일 플랫폼 칩을 사용했습니다. 이 칩들은 모두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출시된 구형 제품들입니다.

김 센터장은 이러한 장비들이 제3국환적이나 유령 회사를 통한 우회 조달 방식으로 북한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민정 센터장: 북한 내부로 NVIDIA와 퀄컴 반도체가 반입이 된 경로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추정한 바는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적발한 이른바 웬셩화 사건이 있는데요.

웬셩화 사건은 중국 국적의 불법 체류자가 북한으로부터 약 200만 달러를 받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군사 물자를 운송하다 미국 사법당국에 붙잡힌 사건입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중국 국적의 웬셩화가 북한으로 총기 등의 군사 장비를 밀수출한 혐의로 징역 8년형을 선고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센터장은 “웬셩화 사건이 대북 공급망의 우회 작동 실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의 AI군사적 활용 가능성입니다.

김민정 센터장: 북한이 관영 매체에서 강조해 온 민수용 AI 활용에 대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안보적인 관점에서 저희는 북한의 AI 기술을 좀 분석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노동당 제9차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인공지능 무인공격체’를 수중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함께 핵심전략자산으로 꼽았습니다.

북한은 최근 자폭 드론과 전략 정찰 드론 개발에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김 센터장은 일부 무인 전력이 실험 단계를 넘어 양산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그는 AI와 자폭 드론이 결합될 경우 적은 비용으로도 다수의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비대칭 위협이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그는 북한이 러시아, 중국, 이란과의 협력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할 경우 군사적 활용 능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민정 센터장은 “북한 AI의 위협은 거대한 모델 보유 여부가 아니라 실제 임무 수행 능력에 있다”며 “AI가 드론과 사이버 작전에 결합될 경우 한미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