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북 MDL 근접 철조망에 “정전협정 위반”

앵커: 북한이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위치에 철책을 설치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데 대해, 한국 군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지난 2024년 초부터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서 불모지 작업과 전술도로 구축, 철조망과 지뢰 설치 등을 진행해온 북한 당국.

한국의 야당 국민의힘 소속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일부 구간에선 철조망이 MDL로부터 불과 80~90미터 정도 떨어진 가까운 위치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군 당국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정빛나 한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정빛나 한국 국방부 대변인: 북한군의 MDL 일대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우리 군은 유엔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지속해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북한 군의 MDL 일대 작업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안정적으로 군사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이 설치한 추진철책은 북한 것처럼 MDL에 근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북측 움직임이 MDL에서 각각 남북으로 2km 거리 비무장지대(DMZ)를 완충지대로 설정한다는 정전협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빛나 한국 국방부 대변인: 정전협정상에 보시면 ‘완충지대로 설정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국방부는 이 정전협정상의 조약을 근거로 말씀드린 것이고요.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상황에, 한국 정부가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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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장관 “트럼프 SNS 사진, 친서 외교 신호일 수도”

이런 가운데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싱가포르 1차 미북정상회담 사진을 SNS에 올린 데 대해 친서 외교 신호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2026 국제 한반도 포럼’ 개회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가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에서 개회사하고 있는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22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에서 개회사하고 있는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22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에서 개회사하고 있는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RFA)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기해서 조용히 김정은 위원장 친서가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응답으로 이 사진을 올리지 않았을까, 친서외교 시동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정철 서울대 교수의 해석을 인용하며 “다시 미북 접촉과 대화가 가동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지 않고 협상이 이뤄졌다면 한반도 시계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며 “어쩌면 다가오고 있을지 모를 한반도의 시간에 우리는 실패해선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통일부의 “희망적 이야기”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이 당국자는 “실제로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그런 상황 인식하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외교 행위”라며 통일부가 그보다 더 희망적인 입장을 가끔 대외적으로 내놓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가 통일부에서 나오면 외교부는 그 기회에 다시 한번 더 희망을 갖고 노력해보는 효과가 있다”며 그런 발언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아 중국이 북핵을 묵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필요에 따라 언급을 피하는 것”이라며, 이에는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 또 러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북중러 진영화가 깊어진다면 분명 한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이런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Joel S. Wit)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은 이제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에 흥미를 잃었다”며 비핵화보다는 현실적인 ‘긴장 완화’(Tension Reduction)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22일 서울에서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이 열렸다.
22일 서울에서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이 열렸다. 22일 서울에서 '2026 국제 한반도 포럼'이 열렸다. (RFA)

위트 특별연구원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은 무엇보다 핵전쟁 가능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미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우발적 핵전쟁 방지 선언’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저는 현실적인 기대를 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선 정말로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발적이든, 다른 이유에서든 ‘핵전쟁을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입니다.

위트 특별연구원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이 북한 외교 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며, 지금의 북한은 지난 1990년대나 미북회담이 열린 2019년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에는 극도로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러시아라는 강력한 새로운 동맹을 얻었고, 핵과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평화공존 정책’에 대해선, 중국·러시아 측과 한반도 문제에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극도로 작은 상황인 만큼 핵전쟁 방지 선언 등 아주 작은 시도부터 점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