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고가의 중국산 학생 구두 규제

최근 북한 당국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고가의 중국산 구두를 규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의 여학생은 편리화, 남학생은 운동화를 신으라고 전달했다는 것이다. 편리화와 운동화는 북한에서 생산하는 천으로 만든 굽이 없는 신발을 뜻한다.

익명을 요청한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요즘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천으로 된 운동화와 편리화를 신으라는 중앙의 지시를 전달했다”면서 “이에 최근 길거리나 학교들에서 규찰대가 학생들의 신발을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도 같은 날 “최근 들어 학생 규찰대가 학생들의 신발 단속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안다”며 “중앙의 지시에 따라 각 학교들에서 규찰대를 조직해 천으로 된 편리화나 운동화만 신도록 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다.

북한산 편리화와 운동화는 일반 주민들이 신는 대중적 신발로 알려져 있다. 국내산 제품인 편리화와 운동화는 대부분 공장과 농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신는 ‘노동 신발’처럼 인식돼 있다. 가격이 저렴해 서민용 신발로도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의 신발 단속 배경에는 최근 고가의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신발이 옷차림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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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과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북한산 '편리화'(왼쪽)와 운동화(오른쪽).
편리화 운동화 북한 주민들과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북한산 '편리화'(왼쪽)와 운동화(오른쪽). (RFA / 김지은)

더 좋은 구두 신으려 학생들 경쟁

평안북도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신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위에 구두를 신은 학생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인지 장마당에서도 제일 크고 요란한 매대는 중국산 신발 매대라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더 좋은 구두를 신으려고 경쟁할 정도로 신발에 대한 관심사가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학생 신발 규제를 지시하자 장마당에 국산 및 임가공 신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그동안 중국산 구두에 밀려 판매를 할 수 없던 국내산 운동화, 편리화가 팔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개인이 가정에서 만든 임가공 신발 1켤레 가격은 북한돈 10만원, 공장 제품인 이른바 ‘정품’은 1켤레에 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국내산 제품의 생산을 위축시키는 고가의 중국산 제품의 지나친 유입을 경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구두가 상당히 보편화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이를 막는 것에 대한 불만도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고급중학교 학생은 16살, 17살로 곧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나이인데 구두를 신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통제라는 의견이 많다”고 함경북도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의 자녀분(김주애)도 가죽 잠바에 구두를 신고 있는데 그것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이냐”고 덧붙였다.

평양 교원대학 수업에서 단정한 검은색 구두를 신은 대학생들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Students sing during a class at a teachers' training college, during a government organised visit for foreign reporters ahead of the 70th anniversary of North Korea's foundation, in Pyongyang 평양 교원대학 수업에서 단정한 검은색 구두를 신은 대학생들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Reuters)

평안북도 소식통도 “학교에서 구두를 신지 말라는 지시에 주민들은 ‘학생들이 구두를 신는 것과 사회주의 생활문화가 무슨 상관이냐’며 당국의 지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모든 주민들이 천 신발을 신는 것이 사회주의 정책이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선슬기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반중국정책이라기보다는 수입 완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즉 중국산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좀 낮추고 대신 북한산 소비재의 시장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흐름에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선슬기 초빙연구위원은 학교는 서로 다른 경제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소비 격차가 더욱더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북한 당국의 조처가 이를 우려한 것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당국이 학생들의 신발을 일정하게 규율한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비 경쟁이나 계층 간 소비 격차를 좀 억제하고 또 집단주의적인 생활양식을 유지하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