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이틀만에 또 ‘해킹 담화’… 미북대화 무산 시사하며 ‘대미 압박’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4일 바이낸스 해킹 사태 관련 담화를 지난 2일에 이어 또다시 내놓으며 해당 사안을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본질”로 규정하고 미북 대화 전제조건은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사이버 해킹 책임 추궁을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중 하나로 새롭게 포함시켜 의제화를 사전 차단하는 한편, 미북대화 개최 전제조건을 재차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미 중간선거로 인한 미국 내부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대미 협상력 제고에 활용하기 위해 ‘인지적’ 차원의 담화를 내놨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발신해오는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 신호는 우리로 하여금 미국이라는 실체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재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일 등 동맹 및 우방국들과 비핵화∙인권∙대북제재∙연합군사연습∙사이버 등 각 방면에서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를 두고 “적대시 정책 실행에서 새로운 기록들이 세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해킹 사안에 대해 김 부장이 북한의 공식 입장을 직접 발표한 것이나 이틀 간격으로 두차례나 입장을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김 부장의 이번 담화 기조가 지난 2일에 비해 공세적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2일에는 바이낸스 해킹 책임을 부인하는 등 ‘방어적’ 입장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미북대화 문턱을 높여 미국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장이 담화 말미 “평화수호를 위한 선택지에는 대화가 포함돼 있다”며 대미 대화 여지는 남겨두면서도 “(대화는) 우리에게 있어 국가이익과 반드시 동일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점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지속되면 대화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제조건 ‘재확인’…물밑접촉 주도권 쟁탈전 분석도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북 대화를 주도하는 백악관의 시간과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 재무부∙법무부의 시간이 교차하는 데 대해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가 모든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미국이 압박을 지속하면 의제 문턱을 높이고 대화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담화에서 사용된 표현들이 영문 번역체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담화의 1차적 독자는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도 내놨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영문본 담화를 먼저 작성했거나 영문 번역을 전제로 조선어본을 맞춘 흔적이 있다”며 “2019년 이후 최선희∙김여정 대미 담화에서 영어 관용구의 직역이 반복돼 온 선례와도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북이 이미 대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이고, 이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김 부장이 담화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미 중간선거를 계기로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도 고려해 대미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길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김여정은) 물밑에서 이뤄지는 협상 채널 간의 움직임에서 북한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몸값도 높이고 자신들의 논리가 맞는다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한 일종의 ‘인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여정은) 현재가 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 등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 및 정상화한 북한이 대미 대화를 할 필요성은 현재로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고 대북제재 완화 혹은 해제, 군축회담까지 이어가며 체제 안정성을 높이는 것에 모든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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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과거 영상이 나오는 뉴스 화면을 보고 있다.
김여정 2026년 11월 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과거 영상이 나오는 뉴스 화면을 보고 있다. (AFP)

김 부장이 그동안 관여하지 않던 사이버 해킹 사안을 이번에 잇따라 다룬 것은 60억 달러(약 8조) 이상의 가상자산 탈취국으로써 북한의 국제적 위신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영환 전 통일교육원장: 소위 전략국가로 자처하는데 전략국가가 국가차원에서 도둑질을 한다고 미 FBI(연방수사국)가 지목한 것 아닙니까. 백두혈통이라는 김여정이 나와 발끈하는 것을 보면 아주 격렬히 반응한 것으로 봅니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