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미세먼지 심각…탈북자들 “북 주민들 심각성 인식 못해”
2019.04.03
앵커: 고농도 미세먼지가 올해 들어 한반도에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만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국 내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들어 한반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세먼지는 석유와 석탄, 매연가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대기 중 황사 등이 결합해 발생합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서울시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발령 횟수가 합해서 15회로 기록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6회를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서울의 3월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세제곱미터)당 44μg(마이크로그램)으로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서쪽에서 유입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3월 들어 한반도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성대경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전문위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또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물과 과일 야채 등을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3월 들어 미세먼지가 심각했습니다.
조선중앙TV: 서풍 기류를 타고 미세먼지가 흘러들어서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보임거리가 짧고 대기질도 몹시 나빴습니다.
한국의 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 관계자는 “북한도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와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더해져 미세먼지가 더 짙어지고 오래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만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광일 탈북자: 북한 주민들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잘 모릅니다. 그냥 지나가는 먼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북한 주민들은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마스크는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들이 쓰는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전 세계 172개 나라 가운데 북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7년에 발표한 ‘세계건강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약 238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약 10배 수준이며 중국과 비교해도 1.5배 높은 수준입니다.
북한의 미세먼지는 난방과 취사과정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석탄이나 나무와 같은 생물성 연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물질도 많이 배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가장 큰 문제는 연료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석탄이나 나무와 지푸라기 등 고체 연료를 많이 태우는데요. 원래 고체 연료가 기체나 액체 연료보다 오염물질을 더 많이 생산합니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가 호흡기를 거쳐 폐 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합니다.
한국의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발표한 미세먼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m³당 10μg 증가할 때 폐암 발생률은 9%,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0% 올라갑니다.
김용표 교수는 “북한의 미세먼지는 대체로 인구가 밀집한 서쪽 지역에서 농도가 짙게 나타나고 있다”며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북한도 청정에너지를 도입하고 산업공정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처리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대기오염 처리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기존의 시설은 전기와 부품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은 한국의 10분의 1 정도 적은 에너지를 쓰는데도 일부 대기오염 물질은 더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도 유입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도 한국이 실측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남측 비무장지대 주변에 미세먼지 관측 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