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촌에 기아 징후 심각…‘절량세대’ 발생”

0:00 / 0:00

앵커 : 북한의 농촌 지역 일부에서 지난해 분배 받은 식량이 벌써 바닥난 일명 '절량세대'가 발생했으며 심각한 기아 징후까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춘궁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4월 초이지만 북한 일부 농촌지역에는 굶주리는 농민이 속출해 해당 지역의 농장관리위원회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12일 함경북도 회령시 대덕리와 원산리 등에 있는 협동농장을 방문한 복수의 취재 협력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이시마루 대표 : 분배된 것을 다 소비해 버리고 먹을 곡식이 없는 세대가 많아졌습니다. 그것을 북한에서는 '절량세대'라고 부르는데요. 절량세대는 해마다 생깁니다. 하지만, 그건 6월 말이나 7월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금년은 4월 초부터 발생하면서 농장관리위원회에서도 많이 당황하고 있다는 정보가 많은 지역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농장관리위원회에서는 절량세대 농민에 대해 휴가 명목으로 시간을 주고 자력으로 음식을 조달하거나 약초 또는 산나물을 캐서 장마당에 내다 팔아서 굶주림을 견뎌내라고 방치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농장에 따라 1개월에서 2개월 정도의 예비용 곡물을 보관하는 곳도 있지만 어떤 농장에서는 4월 초 현재 20일 정도의 예비용 곡물 밖에 남지 않아서 농민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함경북도 뿐만 아니라 양강도도 식량부족 상황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현지 농장을 다녀온 취재 협력자를 인용해 농민 열 명 중 일곱이 감자만으로 끼니를 떼우는 농장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의 농산물 생산 주체인 농민이 기아에 가장 취약한 이유는 집단농업을 고집하는 북한 당국의 농업정책과 과다한 할당량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 전년도인 2018년도에 농사가 잘 안됐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수확량이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당국에서 할당한 계획량을 걷어야 하니까, 농장은 농민들이 가져가야 할 곡식을 안 주고 계획량을 다 가져갔다는 것이죠. 생산자가 당국에게 수탈 당하면서 굶고 있다는 상황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이시마루 대표가 취재 협력자를 통해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지난 3월 말에 올해 곡물생산 계획이 발표되어, 국가계획위원회를 통해 각 시, 군 그리고 각지의 공동 농장에 전달됐습니다.

발표된 금년도의 국가곡물 계획량을 살펴보면 합계700만 톤으로 약 3천 평인 1정보 당 쌀은 6톤, 옥수수는 12톤, 감자는 40톤을 기준으로 농지 조건에 따라 세분화된 계획이 각 농장에 하달됐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국가계획의 숫자는 형식에 지나지 않고, 전혀 의미가 없다면서 지금 상황으로는 계획 달성이 무리라는 농민들의 하소연을 전했습니다.

4월 초부터 먹을 거리 걱정을 하고 있는데 북한 당국의 ‘할당량’은 최대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농민이 많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양강도 포천군에 있는 농장의 경우, 작년1정보의 옥수수 계획량은 8톤이었지만 실제 생산량은 3.2톤 밖에 안됐다면서 실제 생산량의 3배 가량의 할당량을 채우기가 벅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생산자인 농민이 식량난에 허덕이는 것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면서도 특히 올해는 그 시기가 빠르다고 우려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로 외화를 절약하고 싶은 북한 김정은 정권은 식량수입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무리한 할당량을 부과해 수탈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내다봤습니다.

한편, 앞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슬리(David Beasley) 사무총장은 이달 초 영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의 식량지원 요청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북한 내 홍수 및 폭염으로 인해 올해 쌀, 밀, 감자, 콩 등의 생산이 140만 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