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제 3차 이산가족 화상상봉 8-9일 이틀간 열려

남북한은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이산가족 화상상봉 행사를 가졌습니다.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상봉에서는 양측에서 40가족씩 모두 80가족, 585명이 광전용망으로 연결된 화면을 통해 반세기 이상 헤어졌던 혈육과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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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 이틀간의 3차 이산가족 상봉: 남한측 채경윤(82)씨와 그의 가족들이 화상으로 북측의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 AFP PHOTO/ POOL/ YOU SUNG-HO

상봉 첫날인 8일에는 오전과 오후 각 2차례로 나눠 한번에 10가족씩 모두 40가족의 상봉이 이뤄져 텔레비젼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남한의 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는 한국 전쟁 때 헤어진 올해 82세의 남측 조광혁씨와 78세 된 북측의 부인 전경순씨가 50여 년간 떨어져 살아온 세월을 아쉬워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조광혁: 당신이 전경순씨이요? 경순이 맞아요? 전경순: 영감은 가서 가정도 꾸리고 잘 살았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조광혁: 당신이 내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얼마나 욕봤어. 난 참 고맙고...

조 씨 부부는 각각 조씨가 20살, 전씨가 16살 되던 해 결혼해 3년간 함께 살다가 전쟁이 나는 바람에 헤어졌습니다. 그 후 부인은 조씨의 부모님을 모신 채 수절해온 반면, 남편 조씨는 남측에서 재혼했습니다.

전씨는 한때는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남편이 원망스러워 결혼사진을 찢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살아있어 이렇게라도 상봉하는 것이라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서울 상봉장에서는 남측 가족들이 4곳에 마련된 상봉실에 들어가 북측 가족과 감격의 재회를 하고 헤어진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가족 당 4명씩으로 제한된 규정에 따라 상봉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굴렀던 72세의 이강희씨는 북측에서 중간 입장을 허용함에 따라 북측 언니들과 상봉의 감격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정된 2시간의 상봉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서 서둘러 상봉을 끝마치는 가족들도 많이 나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고 남한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갈수록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상봉 첫날 나온 이산가족들의 평균연령은 88세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하루속히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북한의 아들을 만나기로 예정됐던 올해 89살의 김기석씨는 상봉을 1주일여 앞둔 지난달 30일에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남한 통일부장관은 오는 13일부터 개최되는 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화상상봉을 정례화하고 이산가족들의 서신교환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8월과 11월에 이어 세번째로 실시된 화상상봉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상봉이 정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의 정장관은 8일 지난 6월에 특사로 김 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화상상봉에 대해 ‘매우 흥분되는 제안’이라면서, 경쟁적으로 해보자고 말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시설도 잘 되있고, 북측도 화상상봉 기술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양측 간에 의지만 있으면 정례화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관심이 있는 만큼 화상상봉이 정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장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