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획- 남한 김영삼 전 대통령 인터뷰 1부

남한의 김영삼 전 대통령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남북한관계와 미북관계 등의 한반도 현안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시간에는 회견 전반부 순서로 클린턴대통령의 북한방문과 미사일문제, 북한인권문제, 그리고 96년 김 전대통령이 제의한 4자회담 등에 관한 회견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전수일 기자가 회견 했습니다.

최근 백악관은 클린턴 대통령이 이달 부루나이와 베트남 방문 때 평양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내년 1월 퇴임 전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아직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클린턴대통령의 북한방문을 찬성하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방문을 적극 반대한다. 북한은 인권이 없는 나라다.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인권을 중시해왔다. 수만 명 [북한인]이 자유를 찾아 헤매다 죽었다. 이런 나라를 자유세계를 대표하는 미국대통령이 방북하는 것은 잘못이다. 클린턴을 위해서도, 미국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옳지 않은 일이다.

미-북 협상의 주요 현안은 미사일 문제,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의한 북한위성 대리발사문제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이 북한의 위성을 발사해주는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미국이 대신해준다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미국이 케도와 그 밖의 관계에 있어서 미국이 실제 돈을 안내는데 그런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지난달 서울서 열린 아셈회의 때 영국과 독일 네델란드 등은 북한과 조만간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께서는 미국이 북한과 가까운 장래, 1, 2 년 내에 수교한다면,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 북한은 내가 잘 안다. 자유가 없다. 중국대사관, 독일대사관 등 대사관원들이 평양시내에서도 활동의 자유가 없다. 미국이 만일 공관을 설치하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설치할 것이다. 그리되면 미국이 자유를 요구할 것이므로 북한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공관설치] 선도하면 독재자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이 될 것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외교정상화 움직임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의의가 있지 않겠나?

김: 북한은 절대 개방 안한다. 김정일 자신이 달아납니다. 체제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개방은 하는척하며 여러 가지를 요구하겠지만 개방은 불가능하다. 그건 자유세계에서 희망할 뿐이다.

대통령께서는 2일 서울서 열린 제 3회 태평양.아시아.네트워크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대화에서 북한의 인권문제가 거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 한국정부는 물론, 미국정부가 중국정부와의 가장 큰 마찰이 인권문제인 것처럼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본다. 올브라이트가 평양에 가서나 돌아와 프레스클럽 회견에서도 인권언급을 안 한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어느 회담에서든지 반드시 꺼내야 한다고 본다. 한국정부도 KAL 기 남,녀 승무원, 어부 등 납치된 사람들과 국군포로들을 송환하라고 해야 한다. 북한 측이 안 듣더라도 주장은 해야 한다.

96년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께서 제안한 역사적인 한반도 4자회담이 97년 12월 1차 본회담으로 시작해 지난해 8월, 6차 본회담을 마쳤다. 그러나 3년에 걸친 4자회담 여섯 차례의 결과로 얻은 것은 긴장완화, 평화체제구축 분과위원회를 구성한 것뿐이며 실질적인 의제 협의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대통령께서는 4자회담을 구상, 제의하신 분으로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이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보는가?

김: 4자회담 자체가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접근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회담이 미국이 북한의 진실을 알게 되고 북한에 미국의 진실을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한 핫라인 설치, 군비축소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데, 이런 실질적인 의제를 토론하는데 어려움이 아직 있다.

김: 북한은 자유, 민주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개방을 못한다. 핫라인 놓는 것이나 수시로 [남북]전화하고 마음대로 방문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1,2년이 아닌 10년, 20년, 30년이 걸릴 것이다.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제안은 없는가?

김: 4자회담의 근본취지는 현재 레벨에서 고위급으로 차차 높여가자는 것으로 클린턴 대통령과 합의됐다. 차관급으로 해서 장관급으로 올리는 식이었다. 그리고 클린턴과 약속한 것은 남북대화가 가장 중요하므로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알선하고 진행하는데 참여하지만 적당한 시기에는 미-중이 빠지고 남북만이 하는 것이 좋다고 내가 얘기했다.

현재 김대중 정부도 4자회담을 남북간 대화와 병행하되 4자회담에서는 중국과 미국은 지원하는 역할을 제시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김: 김대중 씨는 4자회담을 지지 안했다. 처음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을 하겠다고 해 미-중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받았다. 이 사람은 내가 한 것에 대해서는 뭐든지 반대한다.

6자회담을 당시 반대한 특별한 이유는?

김: 당시 일본과 러시아가 상당히 서운해 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이들 나라에] 양해를 구했다. 남북대화가 중요한데 6자회담으로는 어렵다. 그러나 나중에는 일본, 러시아도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도 나의 4자회담 제의를 받고 한달이 더 걸려 답이 왔다. 그 답에 제주도에 와서 직접 나의 제의 설명을 듣겠다고 해서 만난 것이다.

지금까지 남한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회견 1부를 보내드렸습니다. 2부에서는 계속해서 94년 김일성주석과의 정상회담합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반대,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 면담희망, 그리고 장충식 대한적십자총재에 대한 북한 측의 비난에 관한 회견내용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