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2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자극적인 언사를 삼간 채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곧 6자회담에 참여할 의사를 밝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수십 차례의 박수와 함께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서 북한 핵문제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방국들과 협력하고 이들과 함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임을 천명하는 가운데 단 한 문장으로 언급됐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야망을 포기시키기 위해 아시아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We are working closely with governments in Asia to convince North Korea to abandon its nuclear ambitions."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나라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독재자로부터 압제받는 나라들의 민주화와 소위 ‘전 세계의 자유 확산’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날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란이나 시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수위와 비교할 때 북한에 대해서는 매우 절제된 언급만 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2년 연두 국정연설에서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거명했던 이란에 대해서는 으뜸가는 테러지원국이자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이 자유를 위해 일어선다면 미국도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And to Iranian people, I say tonight: As you stand for your own liberty, America stands with you."
하지만 그는 미국이 자신의 정치체제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권한과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관련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차기 6자회담에 참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기 부시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대사를 역임했던 잭 프리쳐드(Charles L. 'Jack' Pritchard) 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객원 연구원은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이뤄진 최소한의 언급만을 했다면서 북한 측에서는 이번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공격적인 의도도 찾아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The North Koreans would have to be very creative to find anything that was offensive in there at all."
프리쳐드 전 대사는 북한이 다음 주 정도 중국 측과 협의를 거쳐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본다면서 이것은 정확히 미국이 원하던 바였다고 말했습니다.
"(I think) the North Koreans will find a way to communicate to the Chinese in the next week that they're willing to come back to the six-party talks, which is precisely what the United States wanted to see happen."
하지만 그는 이번 부시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어떤 새로운 접근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의사 표시라기보다는 주변 우방국 등 북한 핵문제 관련 나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It is clearly designed as a signal to our allies, not to North Korea."
한편, 미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를 역임했던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연설에서의 부시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은 지난 2002년 그의 연두 국정연설과 확연히 대비된다면서 매우 절제된 것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His remarks were quite restrained on North Korea"
그는 북한 측이 이번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자극적인 발언(intemperate tone)이 나오지 않을까 매우 우려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연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인혼 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미 행정부의 북한 핵문제 해결 방향과 그 의도를 가늠할 일종의 척도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었다면서 만약 이 연설을 주의 깊게 들어본다면 북한 측은 여기에 전혀 도발적인 의사 표현이 없을 뿐 아니라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f they(North Koreans) listened carefully, they would find that the speech was not at all provocative, but one that encourages diplomacy."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미국은 6자회담 과정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회담 참여국들과 협력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