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자회담 참가 거부 시 5자라도 만나야 - 영국 전문가


2005.02.20

최근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며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는 선언을 하는 등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북한이 회담에 복귀해 협상이 활기를 띌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6자회담 짜임새 없이 서두르게 진행돼

영국 리즈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인 에이든 포스터-카터(Aidan Foster-Carter) 명예선임연구원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그 같이 전망하고 북한이 계속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한다면 나머지 5개국이라도 만나 핵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포스터-카터 씨는 6자회담이 처음 나왔을 당시 자신은 남.북한과 4개 강대국 즉,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참여하는 다자 틀이 아주 좋은 방안이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포스터-카터 씨는 1차 회담을 지켜보면서 회담 자체가 짜임새 없이 서투르게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잭 프리처드(Charles L. Pritchard) 전 대북교섭담당 대사가 48명의 통역관이 필요했다며 불평한 것을 그 예로 들었습니다.

“... we had two Koreas, all the four powers, China, U.S. , Japan, Russia which got involved by geography and history. It's great to get together. On the other hand , I was worried it was perhaps unwieldy.”

미국 구체적 계획 제시하기 까지 너무 시간 끌어

포스터-카터 씨는 6자회담이 세 차례나 실시됐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면서 회담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그러나 회담 성과가 없는 데 대해, 북한만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핵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들고 나오기까지 너무 시간을 오래 끄는 등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전력투구 하지 않은 것도 6자회담을 실패로 몰고 간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3차 회담 때 미국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를 다짐하고 폐기를 향한 조치를 취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점진적인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힌 제안한 것에 대해 포스터-카터 씨는 북한을 움직이기에는 그 제안 내용도 미흡할뿐더러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은 것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I also thought the US proposal didn't, in a way, go far enough. It actually did go much further than previous ones, but it was too little too late, unfortunately.”

문제 진전은 미국과 북한에 달려있어

미국이 이 같은 제안을 내 놨을 때는 이미 3차 6자회담이 진행 중 이었으며,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우 한 달 앞둔 시기였으므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새 대통령이 당선될 수도 있으니 당장은 어떤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포스터-카터 씨는 북한 핵 문제가 이론적으로는 미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 특히 북한 주변국들에게 중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실제 이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면 이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미사일 문제를 두고 북한과 양자 협상을 벌였던 연장선상에서 북핵문제를 다뤄왔다면 상황이 좀 더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포스터-카터 씨는 현재의 6자회담은 북한의 대외정책이나 핵문제에만 너무 치중되어 있어 북한 정치 내부의 분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지가 상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내부는 현재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 매제이자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 1부부장이었던 장성택을 권력에서 내쫓은 것은 좋은 예라고 포스트-카터 씨는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압력으로 회담 재개 희망 남아있어

포스터-카터 씨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가지고 있는 대안은 6자회담이라면서, 만약 북한이 계속적으로 6자회담 참가를 거부한다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라도 만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참여하는 6자회담과는 다른 종류의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5자회담에서는 핵문제 진전을 위한 필수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If the North Koreans choose not to show up, maybe it will be good because we have 5 countries, we have a very different kind of conversation, very necessary one."

그렇지만 포스터-카터 씨는 6개국 모두가 참여하는 4차 본 회담이 열릴 희망은 남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력을 4차 회담 재개에 대한 희망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온다는 것이 단순한 회담장소의 복귀만을 의미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협상 진전이 이뤄져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과정을 시작하게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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