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등학생 ‘얼음’ 복용∙밀매하다 적발”
2019.10.31
앵커: 북한에서 중국으로의 밀수출은 물론 내부 유통도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필로폰’ 일명 ‘얼음’이 량강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밀매되다 적발되면서 북한 내 만연한 각성제 사용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월 들어 북한 량강도 혜산시 신흥고등중학교에서 학생 5명이 교내에서 각성제인 ‘필로폰’을 복용하고 밀매까지 하다 북한 보안서의 집중 수사 단속반에 의해 검거됐다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이번 사건은 혜산시에서도 좀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왜냐하면 각성제 범죄 단속을 계속 어른들을 대상으로 해 왔지만 이제는 (고등)중학교를 대상으로 (단속)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이시마루 대표는 신흥고등중학교는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부자들이나 간부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유명한데, 아이들이 부모를 통해서 약물을 접하거나 친구끼리 서로 약물을 권하는 풍토가 만연한 것이 문제라는 량강도 혜산시 취재협력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 사이에서 ‘얼음’을 해야 어른 취급을 받기도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대표: 그래서 죄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런 젊은 사람들도 나이가 많은 윗사람들한테 배우고, 많은 데서 팔기도 하니까 젊은 사람들이 접촉할 기회가 굉장히 많다는 거죠.
20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마약과 각성제 사용이 만연했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 5년 전부터 각성제의 중국 밀수출은 물론 국내 유통도 엄격하게 단속하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각성제 사용이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저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외화벌이 차원에서 당국이 중국을 통해 필로폰 등을 수출했었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밀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필로폰을 밀조하고 밀매하던 조직이 국내 판매로 눈을 돌리면서 북한 내 필로폰 사용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부유층 북한 주민을 중심으로 피로할 때 사용하면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나가면서 필로폰 중독자가 늘었지만, 단속 명령을 받은 사법 당국 관리들은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는 부패구조 속에서 나이 어린 학생들까지 죄의식 없이 필로폰에 손을 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수 년 전 북한 내 마약실태를 조사한 바 있는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고된 삶을 잠시라도 잊으려는 농촌 주민들까지 필로폰을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광일 대표: 농장원들이 돈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가을에 옥수수를 (수확하면) 몇 킬로그램을 주기로 하고 외상으로 거래를 하고 있어요. 그 정도까지 북한에 빙두(얼음)가 만연해 있어요. 한 번 쾌락을 느낀 사람들은 절대로 잊지 못하고 다시 그 쾌락을 느끼고 싶어하죠.
정광일 대표는 북한 쌀 가격은 킬로그램 당 북한 돈 5천원 선인데 북한 내에서 필로폰1그램에 중국돈 120위안 즉 북한 돈 15만 6천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광일 대표: 알루미늄 호일 같은데 올려 놓고 밑에서 불을 쪼이면 그게 녹아 타면서 그 연기를 흡입하는 거에요, 대마초 피우듯이. 그러니까 양적으로 많이 들지요, 1g정도가. 1g이면 (약효가) 18시간 정도… 북한 내부에서는 (필로폰이) A급이면 중국돈 120원 정도하고요.
일부 북한 농장원조차도 1그램에 쌀 30킬로그램 값보다 더 비싼 필로폰에 중독돼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지적입니다.